기후변화는 한국 기후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발등에 불’처럼 대응을 시급히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 3회에 걸쳐 기후변화가 한국과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진단하고 그 대응책을 모색해 본다.
上) 국내외 전문가가 본 한국 기후변화 충격
中) 악순환의 고리
下) 이상기후에 급변하는 삶
동남아 열대 기후 태국, 피서지 주목 아이러니
“2100년까지 전 세계 GDP 17.6% 위축될 수도”
쌀 수출 금지 등 기후 위기, 식량 위기로도 이어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7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 세계가 ‘지글지글 끓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그의 말처럼 폭염과 홍수를 비롯한 극단적 이상기온 현상이 올여름 세계 각지에서 맹위를 떨쳤다.
세계기상기구(WMO)는 7월의 지구 표면 평균 기온이 섭씨 16.95도로 1940년 관측과 기록이 시작된 이후 역대 월별 기록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바다도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8월 전 세계 해역의 약 48%가 수온이 평년을 크게 웃도는 ‘해양열파’ 상황에 있다”며 “이는 1991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분석했다.
동남아 열대 기후인 태국이 최근 전 세계 ‘폭염 피서지’로 주목받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관광객으로서는 일 년 내내 30도 선인 태국 기온이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기후변화 피해가 덜하다는 것도 피서 관광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기면서 온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는 최근 기온이 53도까지 치솟았다.
휴가차 방콕을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 조셉(33)씨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태국이 습도가 높기는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곳에 비하면 훨씬 시원하다”고 말했다.
반면 여름철에도 온난한 기후로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혔던 그리스의 로도스섬은 폭염의 습격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올해 여름 휴가철 극성수기에 불볕더위와 강풍으로 2주 넘게 산불이 이어지면서 2만 명의 관광객이 섬을 탈출하는 극도의 혼란을 빚었다. 미국 대표 휴양지 하와이의 마우이 섬도 산불로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폭염이 2조 달러(약 2683조 원) 규모의 유럽 관광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관광산업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9%(2021년 기준)에 달한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9.1%, 8.5%를 차지한다.
기후변화가 관광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폭염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기온이 32도에 도달하면 생산성이 25% 떨어지고 38도를 넘으면 70%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한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미국에서만 생산성 저하 등 고온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소 1000억 달러(약 1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실패하거나 경제 시스템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2050년에는 이 손실규모가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경고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폭염으로 인한 만성적 신체 위험이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2100년까지 최대 17.6% 위축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기후위기는 식량 위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 쌀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인 인도는 최근 자국 공급 안정을 이유로 일부 쌀 품목 수출을 금지하며 아시아 지역의 쌀 가격을 3년여만의 최고치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절대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어떤 지역은 홍수로 고통받고 있는데 다른 곳은 폭염에 시달리는 등 복합재난이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업들도 세계 각국의 강화된 기후변화 규칙에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상황을 강요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