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긴급진단] 태풍 늘고 폭염·폭우 동시에…‘복합재난’이 몰려온다

입력 2023-08-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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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국내외 전문가가 본 한국 기후변화 충격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인터뷰
“서해로 접근하는 태풍 85% 증가할 것
탄소중립 실패하면 폭염 최대 70.7일까지 늘어날 수도
재난 일상화에 정부 대응력 약화 우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7·8월 집중된 극단적인 양의 폭우, 갈지자(之, 이리저리 방향을 트는 모양)로 이동해 전국을 할퀸 태풍 ‘카눈’까지. 올여름도 우리나라는 기상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에 실패하면 이런 극단적 기상재난이 일상화될 거라고 경고한다. 태풍은 더욱 자주 한반도를 관통하고, 폭염과 폭우가 동시에 발생하는 등 ‘복합재난’의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27일 본지는 손석우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를 만나 기후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한반도 미래 기상에 대해 물었다.

카눈처럼…“한반도 관통하는 태풍 많아진다”

8월 10일 경상남도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은 느린 속도로 한반도를 수직 관통해 큰 피해를 남겼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 이처럼 한반도에 근접해 올라오는 태풍의 수는 더욱 많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손 교수는 “태풍 카눈은 역사상 전례 없던 갈지자 형태를 보였고, 또 지난 100년 사이 최초로 대한민국을 관통한 태풍이었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가 탄소중립에 실패했을 경우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 “특히 서해상으로 접근하는 태풍은 85%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열적 불균형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면서 “이 열적 불균형으로 인해서 한반도 근처에 있는 제트 기류가 약간 북쪽으로 올라가면, 태풍을 와해시키는 요인이 사라져 고위도권(한반도)까지 올라올 수 있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복합재난’ 시대에 대비해야

손 교수는 ‘복합재난’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한 폭우와 폭염 등 전혀 다른 성질의 기상재해가 동시간대에 중첩돼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대응 및 대비 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손 교수는 “같은 대한민국 내에서 어떤 지역은 홍수와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있는데, 어떤 지역은 가뭄과 폭염이 발생한다는 것이 복합재난 개념”이라면서 “과거에는 비가 내리면 넓은 지역에 내렸는데 요즘은 그런 패턴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매우 큰 변동성과 국지성을 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지성 집중호우는 증가하는 추세다. 손 교수는 “최근 30년인 1991년에서 2020년까지의 평균 강수량은 과거 30년인 1912년에서 1940년 사이와 비교하면 135mm 정도 증가했다”면서 “흥미로운 건 강수 일수는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한 번 비가 올 때 많은 양이 집중해서 내린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폭염·열대야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손 교수는 “사실 집중호우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폭염”이라면서 “만약에 우리가 탄소중립에 완전히 실패한다면 폭염일수는 9배, 열대야는 20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폭염일수는 최대 70.7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여름 내내 폭염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렇듯 복합재난이 일상화되면 그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손 교수는 우려했다. 손 교수는 “예를 들어서 어떤 지역이 과거에는 홍수 대비만 하면 됐었는데, 앞으론 산불 등 (다른 기상재난에 대한) 대비를 병행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를 해야 되니 대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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