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중간 빨간 날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검은 숫자로만 채워져 있는 우울한 달. 쳐다만 봐도 ‘추~욱’ 힘이 빠지는데요.
하지만 명절 연휴 시즌에도 상대적 우울감이 몰려오죠. 바로 연휴 앞뒤로 연차를 쓸 수 ‘있다’와 ‘없다’로 희비가 나뉘게 되는데요. 특히 올해 추석 연휴처럼 단 하루 연차로 4일 연휴와 6일 연휴로 갈리는 때는 더더욱 그 차이가 깊어지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감정을 모두 평정하는 빛과 같은 빨간 날이 뚝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 이름도 아름다운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4일로 다소 짧은 편인데요. 추석 당일이 9월 29일 금요일로 목, 금, 토가 연휴로 지정됐죠. 여기에 일요일을 더해 4일 연휴가 된 겁니다. 추석 당일이 목요일이었다면 5일이 될 수 있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었죠.
거기다 일요일이 10월 1일, 개천절인 10월 3일이 화요일이 되면서 애매하게 검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10월 2일이 모두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는데요. 당당히 2일에 연차를 낼 수 없는 불쌍한 직장인들은 그저 한숨을 내쉬었죠.
이런 와중에 전혀 눈치 보지 않는 친구의 연차 소식과 전사적 휴일을 권장한 지인의 회사 소식이 더욱 분노를 차오르게 했는데요. 그런데 이 가슴에 턱 막힌 덩어리를 싹 소화되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2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보고받고 긍정적인 검토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경제수석실 등에서도 윤 대통령에게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효과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시공휴일은 원래 공휴일은 아니지만 국가에 중요한 행사가 발생했을 경우 정부가 지정하는 휴일로 국무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결정되죠.
금요일 퇴근 전 날아온 이 기쁜 속보. SNS와 커뮤니티, 메신저에는 온통 임시공휴일 이야기로 가득했는데요. 다들 이렇게 언론 보도를 탄 이상 임시공휴일 지정은 확실하다는 밝은 이야기를 전하며 행복해했죠.
이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또한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주실 것을 공식 건의한다”라고 밝혔는데요.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이 된다면 이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번째 임시공휴일 지정이 되죠. 당정은 앞으로 추가 논의를 거쳐 임시공휴일 지정이 최종 결정되면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의결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다 10월 둘째 주 월요일이 한글날로 공휴일인데요. 10월 4, 5, 6일 3일 연차를 추가하게 되면 장장 12일의 기나긴 연휴가 완성되죠. 유럽 여행도, 두 번의 여행도 가능해지는 정말 아름다운 기간인데요. 벌써 항공업계와 항공업계는 긴 연휴를 노린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임시공휴일과 함께라면 언제나 행복했는데요. 전임 문재인 정부 또한 집권 첫해인 2017년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총 10일간의 연휴로 내수진작을 꾀한 바 있죠.
1988년에는 서울 올림픽 개막식인 9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었는데요. 이와 비슷하게 2002년 7월 1일에도 한일 월드컵의 성공 개최와 월드컵 대표팀 4강 진출을 축하하며 임시공휴일이 지정됐죠. 전 세계적인 축제와 함께 떨어진 빨간 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죠.
메르스와 코로나로 인한 높아진 피로감과 경기침체 회복을 위한 임시공휴일 지정도 있었는데요. 각각 광복절을 앞뒤로 한 2014년 8월 14일과 2020년 8월 17일로 3일간의 휴일이 완성됐죠.
징검다리 연휴를 완성하는 임시공휴일은 앞서 설명한 2017년의 임시공휴일 외에도 2016년 5월 6일 어린이날과 토요일 사이 징검다리 연휴에 지정됐던 적이 있는데요. 이번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징검다리 연휴를 엮는 3번째 임시공휴일이 됩니다.
정부가 이처럼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수진작을 도모하기 위함인데요. 김기현 대표 또한 “휴식권 보장과 내수진작, 소비 활성화 차원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교통량 분산으로 인한 이동시간 단축도 예상한다”라며 임시공휴일 효과를 강조하기도 했죠.
임시공휴일을 둘러싼 경제효과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2020년 임시공휴일 지정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 효과에 대해 “생산 유발액 4조2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6300억 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죠.
경제 전체의 소비지출액이 2조1000억 원 늘며, 이로 인해 경제 전체의 생산유발 효과만 4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 명이 쉬고, 한 명이 하루에 평균 8만3690원을 쓴다는 것을 전제로 했는데요.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에도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해 생산유발액 3조8500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1조3100억 원, 취업유발인원 4만5700명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 엄청난 수치의 경제효과보다 더 큰 효과는 바로 ‘마음 안정 효과’인데요. 4일에서 6일로 늘어난 휴일이 주는 안정감은 그 어떤 수치로도 표현할 수 없죠.
팍팍한 하루하루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 임시공휴일을 향해 외치고 싶네요. “임시공휴일 너 내 도도독, 아니 내 동료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