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간 5대 시중은행 여성임원 7→13명, 내부 출신은 3명 그쳐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의사 결정과정에서 압도적으로 부족했던 성별의 균형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한 때 ‘금녀의 벽’으로 불릴 만큼 보수적인 금융권 역시 유리천장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고 깨지지 않는’ 장벽은 두텁기만 하다.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는 마스코트나 상징적인 존재로 불릴 만큼 소수에 그친다는 점이 방증한다. 양성 평등을 외치지만 금융권은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정글’인 셈이다.
최근 2년 동안 5대 시중은행의 여성임원은 7명에서 13명으로 늘었다. 표면상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실제 임원 면면을 살펴보면 한계가 존재한다. 여성 임원들의 경우 외부 수혈이 대다수였다. 내부 출신이 임원이 되는 경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금융권의 유리천장이 ‘방탄’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3일 본지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NH농협은행 미공시)의 2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30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10명에 그쳤다. 그 중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은 3명(2%)에 불과했다. 나머지 7명은 사외이사 등 외부영입 인사였다.
은행 관계자는 “단계별 승진을 통해 은행 임원에 오른 여성 인사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임원이 되려면 커리어 관리가 필수인데 주요 요직을 차지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4대 은행 중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의 경우 내부 출신은 1명 뿐이다. 4명의 여성 임원 중 곽산업 개인마케팅본부장(전무)만 내부에서 승진한 케이스다. 오순영 AI센터장(상무)은 한글과컴퓨터 출신이고 허유심 디지털콘텐츠 센터장(상무)도 네이버와 구글코리아 등 IT 업체를 거친 외부 인사다. 나머지 한 명은 문수복 사외이사로 비상근 임원이다.
2명의 여성 임원을 배출한 신한은행은 박현주 소비자보호그룹장(부행장)이 내부에서 발탁된 임원이다. 특히 박 부행장은 신한은행 여성 행원 1기다. 1983년 은행에 입사해 자산관리, 외환, 마케팅, 영업, 소비자보호까지 다양한 업무를 거친 인물로 ‘여성 뱅커 아이콘’으로 통한다.
실제 국내 금융권 최초의 난임 휴가 도입을 추진한 것도 박 부행장이다. 임신 준비 중인 여성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곧바로 은행장을 찾아가 난임 유급 휴가제도를 도입한 일화는 유명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행원으로 들어와 임원까지 승진한 경우는 거의 최초일 것”이라며 “성장 과정에서 본인의 커리어를 관리하고 주요 요직으로 승진한 만큼 여직원들에게는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임원 1명은 외부에서 임명된 이인재 사외이사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2월 첫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1985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도농지점(현 다산지점) 지점장, 카드영업지원부 부장, 한남동금융센터 센터장, 고객센터 본부장 등을 역임한 송현주 자산관리그룹장(부행장보)이다. 송 부행장보는 2020년 법조타운영업그룹 본부장, 동부영업본부 영업본부장을 맡으며 탁월한 영업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은행은 3명의 여성 임원이 모두 사외이사이거나, 외부인사로 내부 출신 임원은 한 명도 없다.
금융지주 전체로 확대해도 여성 임원 비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2022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2020년 5.5%에서 2022년 8.3%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같은 기간 2금융권의 임원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전체 임원 1136명 중에서 여성은 8.3%(94명)에 그쳤다.
다만, 부서장급 이하의 여성 비율은 증가 추세다.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해 말 처음으로 중간 관리직에서 여성의 비율이 51.4%로 과반을 넘겼다. 신한금융도 과장~부부장 중 여성 비율이 31.7%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여성이 임원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뿌리 깊은 남녀 차별 문화는 존재한다”면서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인센티브제 등을 활용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