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본입찰이 하림·동원·LX 등 3파전으로 압축됐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독일 컨테이너선사 하팍로이드가 국부유출 논란에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 선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매각측은 최근 HMM 매각 예비입찰 후보 중에서 하림, 동원, LX를 적격 인수 후보자로 선정했다. 앞서 예비 입찰에 LX,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동원, 독일 최대 선사인 하팍로이드 등 4곳이 참여했는데 하팍로이드가 입찰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팍로이드의 예비입찰 탈락은 국적 선사의 해외 매각에 따른 부정적 여론 및 해운 주권 상실에 따른 리스크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HMM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중 8척은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돼있다. 국가필수선박은 전시 또는 국가비상사태 때 쌀과 원유, 석탄 등 국민 경제에 중요한 물자와 군수물자 등을 운송하는 선박이다.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정한다.
현재 해수부가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한 컨테이너선은 총 19척이다. 이 중 40% 이상이 HMM 소유인 셈이다. HMM이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면 이 배들을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할 수 없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와 부산항발전협의회가 “해운은 국가 핵심 기간산업이며 전시에는 육·해·공군에 이은 제4군의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안보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며 HMM의 해외 매각을 반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업계에선 하팍로이드가 최종입찰 자격을 받으면 HMM을 상세히 실사할 기회를 얻게 돼 경영상의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비교적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하팍로이드가 인수 여부와 무관하게 HMM의 몸값을 끌어올려 ‘승자의 저주’를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남은 인수전도 만만치 않다. 하림, 동원, LX는 HMM(25조 원)보다 자산규모가 작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 17조 원, LX 11조 원, 동원 9조 원 수준이다. 26조 원 가량인 HMM보다 크게 밑돈다.
HMM의 인수를 위해선 최소 5조원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지만 3사의 현금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LX 2조5000억 원, 하림 1조5000억 원, 동원 6000억 원 수준으로 자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시장 예상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킬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