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일해도 덜 받는다…남녀 임금 격차 거의 2배 [유리천장- 현실의 벽]

입력 2023-09-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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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천장(Glass Ceiling). 능력 및 자격과 관계없이 소수자(주로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가로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고(unseen) 깨지지 않는(unbreakable)’ 장벽을 일컫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의사 결정과정에서 압도적으로 부족했던 성별의 균형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 한 때 ‘금녀의 벽’으로 불릴 만큼 보수적인 금융권 역시 유리천장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고 깨지지 않는’ 장벽은 두텁기만 하다.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는 마스코트나 상징적인 존재로 불릴 만큼 소수에 그친다는 점이 방증한다. 양성 평등을 외치지만 금융권은 여성이 리더로 성장하기에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정글’인 셈이다.

남녀 임금차 손보사 최대
남자 직원 7200만 원 vs 여자 직원 4000만 원

금융사 직원들의 남녀 임금 수준에서도 유리천장은 존재했다. 여성 인력의 금융권 진출이 늘어나는 등 여풍(女風)이 거세지고 있지만 급여 수준은 남성과 여전히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권 중에서는 손해보험사의 남녀 임금 차가 가장 컸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손보사의 1인 평균 급여액은 남성 직원 7200만 원, 여성 직원 4000만 원으로 격차가 3200만 원에 달했다.

남녀 간 평균 급여액 차이가 가장 큰 곳은 메리츠화재였다. 메리츠화재는 남성 1인 평균 급여액이 1억279만 원으로 여성의 5602만 원보다 4677만 원 많았다.

DB손해보험은 4616만 원으로 두 번째로 큰 격차를 보였다. 남성 직원 평균 급여액은 8562만 원으로 여성 직원 3948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이어 KB손보, 현대해상, 삼성화재 순이었다. 각각 △2400만 원 △2300만 원 △2071만 원 차이였다.

임금 격차가 가장 작은 업권은 은행이었다.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남녀 평균 연봉 격차는 1750만 원. 남성 1인 평균 급여액은 7125만 원, 여성은 5375만 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남직원 6600만 원, 여직원 4400만 원으로 2200만 원이 벌어졌다. 하나은행 또한 남성과 여성이 각각 7900만 원, 6000만 원으로 19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은 1600만 원, 우리은행은1300만 원씩 남성이 더 많았다.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는 1인 평균 급여액이 남직원의 경우 6575만 원이었다. 반면 여직원은 4375만 원으로 2200만 원이 적었다.

생명보험사(삼성·교보·한화생명·신한라이프·농협생명)도 남녀 평균 1900만 원의 임금 격차가 발생했다.

남녀 직원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직급과 학력 차이 때문이다. 금융권의 경우 여성 임원을 포함한 여성 보직자가 적기 때문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차장-부장’, ‘부장-임원’으로 승진하는 구간에서 연봉 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입사 전형과 직군 차이도 원인으로 꼽힌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여성이 많은 텔레마케팅(TM) 직원들이 정직원으로 전환돼 전체 여직원 평균 임금이 줄어들었다”며 “고정급이 적은 대신 인센티브를 받는 형식이라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게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학력 채용이 많은 직군의 여성 인력 비중이 높은 것도 원인이다. 고학력자의 비율이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기 때문에 임금에 있어서도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영업소 총무와 같이 여성 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직군의 경우 고졸, 전문대졸 채용이 많아 평균 급여액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졸 공채가 많은 은행권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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