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죽인 아버지 30년간 모신 아들, 끝내 살해한 이유…징역 7년 선고

입력 2023-09-0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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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를 30년간 모시다가 다툼 끝에 살해한 아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원범 한기수 남우현)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62)에 대해 원심과 같은 징역 7년 형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부천시의 거주지에서 아버지 B씨(85)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B씨의 폭언에 화가 나 말다툼을 했고 이 과정에서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

두 사람은 식사 중 술을 마신 상태였고, B씨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다가 보이지 않자 A씨에게 “도둑놈”, “집을 나가라” 등 폭언했고 결국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의 머리를 1회 내리쳤고 이에 격분한 A씨는 주방에서 흉기를 가져와 결국 B씨를 살해했다. 이후 A씨는 경찰에 자수했고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보통 존속살해의 경우 형이 가중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재판부는 A씨가 처한 상황에 참작할 만한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1988년 아버지인 B씨가 A씨의 어머니이자 아내를 살해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라며 “B씨가 출소 뒤 30년 동안 A씨는 부양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함께 살았다. 결혼도 포기한 채 생활비를 부담하고 식사를 챙겼다”라고 짚었다.

이어 “당시 범행은 아무런 이유 없이 물건을 훔쳐 갔다고 욕설을 하고 집에서 나가라고 하며 자식처럼 아끼는 조카로부터 선물 받아 소중히 여기던 노트북을 집어 던지며 피고인을 때리는 등 폭력적 언행을 하자 우발적으로 살인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는 존속살해죄 최저형량이다.

이에 검사 측은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역시 형량이 마땅하다고 보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 직후 수사기관에 자수했고 119에 피해자에 대한 구호 요청도 즉시 했다”라며 “피해자의 자녀들과 손자녀들마저도 불우한 가정사를 토로하며 A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라고 양형의 이유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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