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며 존재감 과시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삼성과 LG전자를 따라하고 흉내 내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중국 제품들이 허술하지 않다."
독일 베를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중국 기업들의 전시장을 둘러본 국내 가전 기업 임원들은 중국 제품들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포함한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항상 앞서고 주도했던 분야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들은 품질이 떨어지지만 저렴한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가전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올해 IFA에선 프리미엄 제품군을 대거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직 기술력에서 완벽하게 따라왔다고 할 수 없지만, 국내 기업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평가다. 특히 추격 속도가 빨라 기술 격차가 매년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IFA에는 총 2059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93개가 중국 업체다. 한국 174개보다 7배, 미국 61개보다 20배 이상 많다.
전시장 '메세 베를린'의 메인 출입구에는 TCL의 현수막이 걸렸다. 대형 전시 공간을 차지한 TCL은 올해 IFA 전시에서 초대형 TV부터 기존 LCD TV성능을 개선한 미니 LED TV등을 전진 배치해 전시장을 꾸몄다.
최근 TV 업계 불황 속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초고화질·초대형 TV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해온 시장이다. 그런데도 TCL은 올해 IFA에서 115인치 4K 미니 LED TV를 최초 공개하며 한국 가전 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TV 판매 수량 점유율에서는 이미 TCL과 하이센스가 글로벌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19.3%, TCL이 12.4%, 하이센스 11.7%, LG 11.3%를 보이고 있다.
중국 가전의 맹추격을 국내 주요 기업 관계자들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독일 베를린에서 "LCD에선 중국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선필 LG전자 홈엔터테인먼(HE)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상무도 "LCD TV의 경우 중국과 격차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두 기업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익성이 높은 2500달러(약 330만원) 이상 고가 하이엔드 제품군에서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점유율이 61.7%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LG전자는 18.3%다. 하이센스 점유율은 불과 1.5%, TCL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고가 제품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꾀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