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국민연금 보험료율 '덜 올리고' 개혁할 방법

입력 2023-09-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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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서 국민불신 조장 연금개악 부추기는 재정계산위원회 규탄 기자회견을 하며 재정계산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현재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2~18%로 인상하고, 수급 개시연령 68세 상향(현재 65세), 투자수익률 1%포인트(p) 제고 등 추가 조치를 조합한 자문안 초안을 공개했다. 보험료 수입 증대와 지출 통제, 기금운용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안이다.

문제는 수용성이다. 보험료율을 지금의 두 배로 올리고, 수급 개시연령을 3년 늦추는 안을 국민이 받아들일까. 국민의 저항이 크다면 국회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금개혁의 목적은 재정 지속가능성 확보다. 이런 점에서 개혁의 내용보다 중요한 건 개혁의 결과다. 과감한 개혁을 시도하려다 무산되면, 그 결과는 소극적인 개혁이 성공한 것만 못하다.

수용성을 고려한다면 더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그중 한 가지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제도 연계를 제안한다.

기초연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현재는 소득 하위 70%인 노인(65세 이상)에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노인 인구 진입으로 노인층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득 하위 70%의 소득인정액인 선정기준액도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202만 원, 부부가구 323만2000원이다. 대출 없이 서울에 평가액 5억 원 상당 자가와 예금 2000만 원을 보유하고, 월 근로소득이 394만3000원(홑벌이)인 부부가구도 기초연금을 받는다. 공적연금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저소득 노인의 노후소득을 지원한다는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보다 자산·소득이 적은 비노인에겐 별도 지원이 없단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있다.

기초연금 지원대상을 ‘소득 하위 70% 노인’에서 ‘생계급여 선정기준(기준중위소득 32%) 이상 주거급여 선정기준(기준중위소득 48%) 이하 노인’으로 개편하면 노인과 비노인 간 형평성 문제가 해소된다. 또 급여액(올해 32만3000원)을 소득에 따라 차등하는 방식(슬라이딩)으로 개편하면 기초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 간 소득 역진이 해결된다. 이 경우, 단순 계산으로 기초연금 수급자는 현재의 3분의 1로, 재정지출은 5분의 1로 줄어든다. 아껴진 재정을 국민연금에 투입하면 보험료율을 12% 내외로만 인상해도 재정목표 달성이 가능해진다. 보험료율을 15%까지 높인다면 소득대체율도 함께 높일 수 있다. 독일도 당해연도 급여지출의 4분의 1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험료율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기초연금 개편으로 발생하는 노인 소득 감소는 기준중위소득 인상, 노인일자리 확대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노인일자리는 기초연금에 비해 재정부담이 덜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연금개혁에서 개혁 내용보다 중요한 건 개혁 성공이다. 수용성을 고려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른 제도와 연계도 필요하다. 10월 발표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정부 개혁안)은 자문안과 다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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