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셋값 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역전세난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설이 기우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아직 역전세난이 끝나지 않았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8682만 원으로 작년 6월 이후 1년 2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5억7131만 원을 기록하며 14개월 만에 반등했다. 매매가격과 같은 흐름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4억9644만 원으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상승했다.
반등 폭으로 보면 매매가가 전셋값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매매가는 전월보다 0.27%, 서울은 0.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 오름폭은 각각 0.16%, 0.26%다.
전셋값 상승 흐름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활성화 정책효과와 더불어 전세대출 금리 안정, 임대차시장의 또 다른 축인 월세 상승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까지 서울 주요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전셋값이 동반상승했다는 해석과 전셋값이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수요자가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다.
전세 사기로 인한 빌라 기피 현상과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세 수요를 확대한 것도 이유로 거론된다.
최근 전셋값이 오름세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역전세난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2021년 하반기 높은 가격에 거래된 물건들의 보증금 반환 이슈가 여전한 상황이고 9~12월 입주물량도 많아 역전세난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며 "역전세 이슈가 수면 아래 잠재돼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과 비아파트의 역전세 우려는 여전히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파트의 위험은 낮아졌지만, 연립·다세대는 그렇지 않다"며 "미분양 물량이 많이 쌓인 지방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세 시장의 변수로는 금리와 정부 정책이 꼽힌다. 함 랩장은 "전세대출 금리나 월세 선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임대차 2법 개선, 역전세 추가 대책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셋값의 방향은 주택공급량에 따라서도 달라질 전망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수도권 공급 부족 이슈가 있는데 이런 게 두드러지는 지역일수록 전셋값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구매자금보다 낮은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5%대를 넘어가면 전셋값 상승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