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죄송하다. 퇴행적 집권을 막지 못했고,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다.”
지난 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퇴행’을 막지 못한 책임이 내게도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회견문을 발표하는 내내 윤석열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윤 정부는 무능했고, 민주주의를 파괴했으며, 민생과 국익을 저버렸다고 했다. 이 대표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였지만, 그가 당을 이끌며 느낀 소회나 성과 혹은 앞으로 당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재명 1년보다 윤석열 1년을 강조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식물화된 여당,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잼버리 부실 운영 논란, 연이은 참사 등 큰 논란을 부른 사안들이 있었고,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이해찬 전 대표 등은 100일 등 취임 회견에서 당의 통합과 안정화 등을 언급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당 대표를 맡고 있던 추미애 전 대표가 탄핵 소추안 통과와 적폐청산의 실현으로 촛불혁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바도 있다.
다만, 지금 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2016년과 같을 리 없다. 특히 현재 민주당은 대정부 투쟁이라는 과제만 바라보기엔 당내 문제가 산적해있다. 대한민국 거대 양당 중 하나이자, 제1당인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무소속 김남국 의원의 제명안 부결 등으로 강해진 내로남불 이미지에 갇혀있고, 쇄신하겠다는 의지로 출범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제시한 혁신안에 대한 결론도 아직 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인한 당내의 불안감이 계파 갈등의 양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위기다. 고육지책이란 명분으로 시작한 이 대표의 단식이 ‘방탄‧꼼수’란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단식이 지지율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있다. 콘크리트 지지층, 혹은 그 주변부만을 노린다면 이 전략, 통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조건 없는 단식에 이제는 영리한 출구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까진 투쟁의 진정성보다 유튜버들의 신경전, 어떤 소금이 놓여져 있는지가 더 큰 존재감을 보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