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단식 기간 野지지율 27%→34% 상승
이재명 찾은 이낙연…"단식 멈추고 건강 챙기라"
동정론에 계파전 일순 잠잠…체포안 뇌관은 여전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이 11일차에 접어들면서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단식이 검찰 조사 차질 요인이 됐고, 최근 정점으로 치달은 계파 갈등도 일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이 대표가 이른바 '단식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0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9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약 8시간 만에 중단됐다.
단식 중인 이 대표가 건강을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구해서다. 수원지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오전 10시 30분부터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나 이 대표로부터 건강을 이유로 더 이상 조사받지 않겠다는 요구를 받아 오후 6시 40분 피의자 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불성실한 태도로 조사에 임했다고도 지적했다. 수원지검은 "피의자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필요최소한도로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차질을 빚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에 무게를 실었다. 이후 3시간 가량 조서를 열람한 이 대표는 조사실에서 나와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대표 추가소환일을 12일로 통보했지만, 민주당은 검찰과 추가 협의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치면 이 대표의 백현동 특혜 의혹과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면서 일시적인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간 계파 갈등 완충재 역할도 하고 있다. 이 대표의 건강 악화 조짐이 뚜렷하게 보이는 만큼 지난달까지 일부 비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사퇴론은 일순 잠잠해진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체력 부담을 느낀 듯 주변 인사들의 부축을 받거나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이 대표를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들이 이 상황을 착잡하게 보고 있다. 단식을 거두고 건강을 챙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건강도 챙겨야겠지만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며 "아직은 괜찮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계파를 막론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아무리 단식해도 (정부는) 요지부동인데 큰일이라도 나기 전에 멈추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주춤했던 당 지지율이 반등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국민의힘(34%)과 동률을 이뤘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주 조사(27%) 대비 7%포인트(p) 상승한 수치였고, 국민의힘은 변동이 없었다.(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의 단식을 둘러싼 내부 동정론과 윤석열 정부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 이념·역사 논쟁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민주당의 내홍은 검찰의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여전한 상태다. 각 계파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론 부결'(친명)과 '당론 가결'(비명)을 요구해온 만큼 언제든 일촉즉발의 험악한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지금 지지율은 사상누각"이라며 "부결은 곤란하다"고 했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단식투쟁이 성과와 별개로 당초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이 대표의 단식 의도는 구속영장 지연 작전으로 보인다. 지금 어느 정도 달성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머지않아 병원에 입원할 것 같다. 입원하면 검찰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워진다"고 말했다. 다만 "명분이 떨어진다는 비명계의 지적이 있고, '방탄 단식' 논란도 있어 기대만큼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는 이 대표의 단식보다 정부여당의 실정을 우선순위에 뒀다. 이 교수는 "단식보다는 박정훈 대령 건(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홍 장군 흉상 이전 이슈 등 정부여당의 악재에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더 많이 본 것 같다"며 "정부의 극우지향적인 기조에 중도는 물론 보수 지지층에서도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