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제약사들이야 약간의 손실은 있을지라도 큰 걱정이 없다. 일찌감치 자체 개발 의약품 비중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제약사들이다. 상대적으로 위탁 제네릭의 비중이 높은 이들은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한 생동성시험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제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실시하기는 어렵다. 제약사 60곳은 급여등재 의약품의 절반 이상의 약가가 깎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회사일수록 약가인하에 따른 처방액 공백은 크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준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약가가 떨어진 일부 제약사들은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은 제약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부추긴단 지적이 나온다. 대형제약사들은 먼저 쌓아 올린 곳간을 활용해 성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반면, 이제 점차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중소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 치여 뜻을 펴기 전에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제네릭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 중심 회사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려던 의지를 정부가 나서서 꺾는단 성토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K바이오’가 주목받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지만, 국내 제약산업의 시작은 제네릭이었다. 그러나 제약산업이 국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제네릭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지금은 제네릭 규제가 건보 재정을 확보할 가장 편한 수단이 됐다.
5년 뒤 연매출 1조 원대 블록버스터 신약을 2개 만들고, 연매출 3조 원 이상 글로벌 제약사를 3개 육성하겠단 목표를 내건 정부가 산업 발전을 위한 깊은 고민 없이 쉬운 길만 택한단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신약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진짜 제약산업을 살리는 방향인지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