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분양가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루가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 가격 오름세와 공급 부족으로 인한 불안 심리 등을 고려할 때 분양가의 우상향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기존 주택가격이 다시 꺾일 때까지는 분양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813만 원으로 지난해 1521만 원보다 19.2% 올랐다. 수도권은 13% 상승한 2012만 원으로 2000만 원이 넘었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650만 원으로 20.6% 뛰었다.
분양가는 올 들어 더 가파른 오름세다. 이번 달 전국에서 청약을 진행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177만 원을 기록했다. 1월과 비교하면 26.7% 오른 값이다.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올해 3월 2593만 원에서 이달 3779만 원까지 올라 4000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1463만 원이던 지방의 평균 분양가는 현재 1761만 원까지 올랐다.
불과 몇 달 새에 같은 지역의 분양가가 두 자릿수 상승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310만 원으로 4개월 전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2945만 원)보다 12.4% 높았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는 3320만 원으로 3개월 앞서 나온 '광명자이더샵포레나'(2772만 원)보다 19.8% 비쌌다. 7월 부산 남구에서는 '대연 디아이엘'은 올해 3월 인근에서 분양한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1753만 원)보다 33.1% 높은 2334만 원에 나왔다.
분양가 상승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있는 단지들도 양호한 청약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이달 청약을 진행한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와 '호반써밋개봉'은 각각 14대 1,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 곳 모두 주변 단지와 비교해 가격 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분양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수요자들이 청약시장에 뛰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분양가 오름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분양가 인상의 주요인인 원자잿값, 임금 상승 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을 보이고 가격이 더 오르게 전에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고분양가에도 무난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공급 부족 이슈까지 수요자들을 자극하고 있어서 분양가 오름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자잿값 등이 안정된 이후에도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높은 가격이라도 시장에서 소화된다면 건설사들이 분양가 인상을 멈추거나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분양가 상승 요인이 사라지더라도 공포심에 청약에 나서는 행렬이 끊이지 않는 한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분양가 오름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주변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 분양가만 계속 올릴 수 없다"며 "잠실, 마포 등을 포함해 여러 현장을 모니터링해보면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분양가 오름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매매 물량이 계속 쌓이는 것은 집주인들이 부동산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이 완연한 상승 흐름을 타기 전까지는 기존 집값이 언제든 조정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분양가도 같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