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리모델링 정책이 갈지자(之) 행보를 보인다. 국회에선 리모델링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서울시는 되려 규제 고삐를 죄고 있다. 정책 당국은 규제 엇박자 상황은 “향후 조율하면 된다”는 태도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실소유주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주택 리모델링 안전진단 시행 시기를 당기고 안전성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법안은 “앞으로 질 좋은 주택공급을 위해선 리모델링 활성화가 중요하고 시급한 당면과제”라며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통해 관련 절차의 간소화와 리모델링 규정을 정비하려는 것”이라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해당 법안은 리모델링 안전진단을 ‘요청 후 30일 이내’ 시행으로 못 박았다. 기존 법안에는 시행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 30일 이내로 정해지면 그만큼 사업 절차에 속도가 붙는 셈이다. 또 ‘수직증축형’(위로 층수를 높여 가구 수를 늘리는 방식) 리모델링은 안전성 검토 중복 절차를 개선해 안전진단을 1회로 통합했다.
기존 수직증축형은 2번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고, 안전기준도 높아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이 낮았다. 수직증축형은 수평증축보다 일반분양 물량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사업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사업 성공 확률이 상승하고 분담금이 줄어 리모델링 조합의 선호도가 더 크다.
문제는 전국 리모델링 단지의 절반 이상이 몰린 서울시는 리모델링 규제 문턱을 오히려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7월 24일부터 수평증축도 2번 안전진단을 받도록 명시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안전기준 개선안’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수평증축 안전기준 강화 △해체공사 구조검토 강화 및 절차 개선 △현장 점검 강화 등이다. 7월 시행일 직후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 신청사업부터 적용하며 해체공사와 현장 점검 등 사항은 즉시 시행했다. 해당 지침에는 “주택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한 제도화 추진”도 명시돼 있다.
아직 리모델링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진 않았지만 야당 역시 1기 신도시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 우호적인 만큼 통과 전망은 밝은 편이다.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조합 등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상근부회장은 “서울시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저희로선 굉장히 유감이고 정책의 일관성이 전혀 없는 것”이라며 “신속통합기획이나 모아타운은 계획대로 가고, 리모델링도 정상적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리모델링을 막을 일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차 부회장은 “대단지는 리모델링 사업 동의율 확보(75% 이상) 등 여론을 끌고 가기 어려운 만큼 해당 지자체의 협조가 필수다. 그런데 무조건 재건축만 하자고 리모델링 규제만 키우면, 그만큼 사업 속도가 더 느려진다”고 했다.
이런 정책 충돌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 강 의원실 관계자는 “법이 발의된다고 바로 시행되는 건 아니고, 11월이나 돼야 상정돼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발의는)서울시랑 대립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고, 학계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경인여대 교수)는 “서울시와 정부가 같은 방향성을 갖고 가야 리모델링 사업 추진 단지들이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