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을 즐겨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제대로 배워 보고자 클래스에 참여하게 됐어요. 오늘 배운 것을 바탕으로 위스키를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15일 저녁 서울 용산구 용산역CGV 씨네드쉐프에서 열린 디아지오코리아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한 윤효정(가명·27)씨는 클래스 체험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었다.
이날 위스키 클래스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위스키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자 CGV 씨네드쉐프와 손잡고 개최한 첫 행사다. 위스키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이 이어졌다. 64석 정원인 이 클래스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셰프의 요리를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특화 영화관인 CGV 씨네드쉐프에서 열린 만큼 테이블엔 위스키에 어울리는 다크 초콜렛, 샌드위치, 치즈, 세비체 등 여러 안주가 마련돼 있었다.
클래스는 성중용 디아지오코리아 월드클래스 아카데미 원장이 1시간 30분 동안 60여 명의 참가자에게 위스키에 대한 설명과 시음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바텐더 출신인 성 원장은 업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위스키 전문가다.
과거 위스키는 ‘아저씨 술’이라고 여겨졌지만, 최근엔 하이볼 같은 믹솔로지(주류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 열풍을 타고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클래스에는 절반 이상이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성 원장은 “위스키와 보드카와의 차이는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정답은 “곡물로 증류한 원액을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 숙성했느냐 여부에 갈린다”였다.
이어 그는 위스키 5대 위스키 생산지인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미국, 캐나다, 일본의 특성도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스카치 위스키가 이날 수업의 메인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스카치 위스키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성 원장은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만 만들 수 있고 최소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친 뒤 알콜 도수 4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춰야 한다”면서 “물, 곡물, 효모 기본 재료만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류-건조-숙성 등 위스키 제조 과정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어떻게 증류하고 숙성하느냐 등 제조과정 하나하나 방법에 따라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성 원장은 스카치 위스키는 오크통과 스피릿 사이의 화학반응이 최종적인 맛의 70%를 결정하기에 숙성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음 시간에는 ‘싱글톤 더프타운 12년산’, ‘탈리스커 10년산’, ‘조니워커 블루 레이블’ 등 3가지 위스키가 제공됐다. 시음에 앞서 성 원장은 위스키는 시각, 후각, 미각 등 감각을 총동원해 즐겨야 한다며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공개했다.
먼저 황금 색깔을 띤 위스키를 담은 유리잔을 기울여 가며 점도를 살피고 코를 갖다 대 향을 충분히 즐긴 뒤, 천천히 그리고 집중해서 맛을 느껴야한다. 성 원장은 “위스키는 소주처럼 한 번에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에 머금은 뒤 천천히 음미하면 훨씬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마신 위스키는 싱글톤 더프타운 12년산. 100% 보리(맥아)만을 증류한 위스키를 몰트 위스키로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한 증류소에서만 나온 몰트 위스키가 ‘싱글몰트 위스키’다. 잔에 코를 갖다 대자 사과 같은 과일향이 물씬 풍겼다. 입에 한 모금 머금자, 40도라는 높은 알코올 도수에도 쓰기보다는 달콤한 느낌이 컸다.
다음으로 맛 본 것은 탈리스커 10년산 싱글몰트 위스키. 앞서 마신 싱글톤 더프타운 보다는 매케한 향과 함께 짭짤하면서도 씁쓸한 맛이 강했다. 알코올 도수 역시 45.8도로 높아 싱글톤 보다 목 넘김 시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성 원장은 “탈리스커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서 생산되는데 위스키 증류소 앞에 바다가 있어 바다가 만든 위스키라는 별칭도 있다”면서 “스파이시하고 짭짤한 맛과 향을 지닌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조니워커 블루 레이블은 여러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적절히 섞은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다. 조니워커 블루 레이블은 1992년 6대 마스터 블렌더 짐 베버리지의 손에 탄생했다. 마스터 블렌더란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들어내는 위스키 전문가를 말한다. 성 원장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선 후각, 미각 등 감각이 아주 예민한 블렌디드 전문가들의 갖은 노력이 들어간다”고 했다. 이후 직접 맛을 보자 싱글톤의 과일향, 탈리스커의 스모키한 향이 섞인 듯한 오묘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너무 달콤하지도, 쓰지도 않은 적절한 풍미를 지닌 것이 입맛에 딱이었다.
성 원장은 최근 인기인 하이볼을 맛있게 만드는 법도 공개했다. 그는 “최고의 하이볼의 비율은 위스키 30ml와 탄산수 90ml, 즉 1대 3 비율”이라면서 “차가운 얼음에 위스키는 천천히 따라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위스키를 잘 모르는 초보자도 내 취향에 맞는 위스키를 찾을 수 있는 길잡이 같은 클래스였다. 위스키 애호가조차 그동안 잘못 알던 상식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평이 많았다. 클래스를 마친 박소희(32)씨는 “위스키도 종류별로 맛과 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전문가에게 위스키 마시는 법은 물론 역사까지 배울 수 있어 더 맛있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