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신한, 보험사 인수합병 추진
증권·보험 계열사 없는 우리금융
NH에 밀려 당기순익 5위로 추락
국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사활을 건 것은 이 부문이 얼마나 약진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실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예전엔 금융지주의 ‘엔진’ 역할을 했던 은행에 ‘올인’ 했다면 지금은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그룹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CEO들의 당면 과제다. 정부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등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데다 향후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필요가 생긴 것도 배경 중 하나다. CEO들의 수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판도를 가르는 ‘게임 체인저’는 인수·합병(M&A)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시장에 쏟아지는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우량 매물 중심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물밑 작업에 한창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0조8882억 원으로, 전년 동기(10조1978억 원)보다 6.8%(6904억 원)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띈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386억 원으로, NH농협금융지주(1조7058억 원)에 밀리면서 5위로 추락했다. 이를 두고 우리금융이 그동안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뒤처지면서 은행 의존도가 높은 점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 계열사를 두고 있지 않다. 이는 우리금융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인식돼 왔다. 이에 손태승 전 회장 체제 때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M&A를 검토했지만, 여전히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리딩금융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 역시 비은행 실적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꾸준히 M&A를 추진하면서 전반적으로 은행·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 상반기 비은행 당기순이익에서도 KB금융은 1조320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조1914억 원)보다 10.8% 증가했다. 비은행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의 44.1%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놓고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제칠 수 있었던 것도 비은행에서의 성과로 꼽힌다. 농협금융은 올해 상반기 비은행 순이익이 7238억 원으로, 전년 동기(5860억 원)보다 2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비은행 순이익이 3462억 원에서 1785억 원으로 48.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상반기 비은행 순이익이 각각 1조1393억 원, 30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40.3% 줄었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당국의 압박과 연체율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이자 장사에 한계를 느낀 금융지주사들은 서둘러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7월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8월부터 실사를 진행 중이다. 조만간 최종 인수 여부와 인수가격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가 무산될 경우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지의 여부도 검토 중이다. 하나금융이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은행 강화가 필수인 만큼 다양한 보험사 매물 인수를 검토해 왔다. 하나손해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현저히 뒤처지고 있어 규모가 큰 보험사 인수를 통해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인수하면서 벤처캐피털(VC) 사업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증권사 인수다. 적당한 매물만 나오면 적극적인 M&A를 통해 증권업 진출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과거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을 운영했던 우리금융은 그동안 이자 수익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한금융은 비은행 자회사 중 손보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 때문에 손보사 인수를 추가 검토 중이다. 지난해 신한EZ손해보험을 인수한 신한금융은 롯데손해보험 등 대형 매물 M&A를 통한 손보사 규모 키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수익에만 의존하기에는 장기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금융지주들도 이해학고 장기적으로 볼 때 비은행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관건은 시장상황과 적당한 M&A 매물이 시장에 나오느냐로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수익이 마이너스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검토를 통해 지주사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딜을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