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7일 시민 제보를 받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활동가와 함께 2일 울릉도 오징어회타운을 찾은 결과 멸종위기 동물인 나팔고둥이 판매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회타운 내 3개 횟집에서 나팔고둥이 판매됐다고 전했다.
대부분 식당이 나팔고둥을 ‘해방고둥’으로 부르며 판매 또는 보관해왔다는 주민 증언도 나왔다.
나팔고둥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국가보호종이다. 우리나라 고둥류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다. 패각 입구 내면은 백색이고, 테두리 쪽으로 넓고 길쭉한 주름 위에 흑갈색 때가 안쪽을 향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식용 고둥을 어획하는 과정에서 같이 잡히는 사례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와 해수부는 7월 21일 나팔고둥이 혼획·유통되지 않도록 주민 홍보와 현장계도를 강화하는 내용의 합동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울릉도 사례에서 보듯 실제 어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획·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이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홍보·계도·현장조사는 대책 발표 직후에만 잠시 이뤄졌고, 두 부처는 대책 발표 이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수 조사는 하지 않았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 예고편에도 나팔고둥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수족관에 전시된 커다란 고둥을 들어 보여주는 장면 속 해당 생물이 나팔고둥으로 밝혀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횟집에서 멸종위기종 나팔고둥이 횟감으로 버젓이 팔리는 장면이 방송에 나왔다”라며 비판 글이 잇따랐다. 현재 이 장면은 공식 예고편에서 사라진 상태다.
이 의원실은 나팔고둥 등 국가보호종 판매 및 유통을 막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멸종위기종이 어디서 어떻게 불법 유통·판매되고 있는지 전수조사조차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해수부와 함께 해양 국가보호종 보호 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보호종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당장 (점검을)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