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가격 상승세 꺾여
거액 손실땐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
보험사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에 대한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이 투자한 해외부동산이 리스크가 높은 중·후순위채에 집중돼 있어서다.
2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21개사의 해외부동산 투자 잔액은 26조 원으로 자기자본의 21.8% 수준이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19조1000억 원으로 증권사의 10조7000억 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자본 대비 익스포저 부담 역시 증권사의 13.9%보다 높은 16.0%를 기록했다.
문제는 중·후순위채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중·후순위 비중은 67%로 집계됐다. 해외 대체투자는 수익배분구조에 따라 선순위·중순위·후순위로 나뉜다. 선순위가 가장 먼저 투자금을 회수하는 대신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간다. 후순위는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돈을 빌려 간 차입자의 부도, 공사 지연·중단 등이 발생하면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위험성도 있다.
현재 생보사의 상업용부동산 중·후순위 투자는 약 9조5000억 원으로 전체 상업용 부동산의 57%를 차지했다. 손보사의 중·후순위 투자도 약 5조 3000억 원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영업이익 규모 대비 손실 부담이 100%를 상회하는 경우도 있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으로 인한 자산건전성 하락 가능성도 있다. 해외 부동산과 관련해 단기간에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초창기에 선순위 대출 위주로 해외 대체투자에 참여했지만, 이후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후순위 대출이나 지분투자 방식을 늘려왔다. 저금리 시기 고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하던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며 북미·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꺾여 부실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최근 국내 보험사들이 투자한 영국 발전소 사업이 중단되며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2017년 삼성화재, NH생명·손보, 흥국생명·화재, 미래에셋생명, 롯데손해보험, DGB생명 등 8개사는 영국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펀드에 약 3800억 원을 중순위 방식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발전소 준공이 지연되고 2021년에는 공사 중 화재사고까지 발생하며 차질을 빚게 되자 원금의 40~60%를 평가손실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영서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선순위 비중이 작고 중·후순위 비중이 높다“며 ”당시 투자 시점에 이뤄진 대출금리 수준은 1~2% 내외로 낮은 수준이었는데, 현재 리파이낸싱이 이뤄질 경우 대출 금리는 이보다 2~3배 높아진 수준이라 자산가치 하락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