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문제 해결시 상장 재추진 동력 얻어
11번가 “기업가치 제고 다양한 방안 검토 중”
11번가의 연내 기업공개(IPO)가 사실상 불발되면서 매각과 상장 기로에 섰다. 연내 상장이 어렵게 된 11번가를 둘러싸고 매각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11번가는 여전히 상장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장 5년 전에 받은 투자금을 돌려줘야하는 만큼 11번가의 향후 움직임의 키는 투자금의 상환이 될 전망이다.
25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연내 IPO는 사실상 불발됐다. 11번가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상장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한 상태지만 현재까지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하지 않았다. 최종 상장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연내 상장을 마무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올해 안에 상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된 가운데 11번가는 연일 매각설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에는 11번가의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알리바바그룹과 PDD홀딩스 등 중국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과 매각을 논의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앞서 7월에는 티몬, 인터파크, 위메프를 인수한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인수 금액 등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설과 관련해 11번가 관계자는 “매각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11번가의 향후 움직임의 핵심은 투자금의 상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에게 5000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업계에 따르면 약속한 상장 작업 시점이 올해 9월이다. 이 기간 내에 상장을 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에 연복리 8%를 더한 약 7000억 원을 돌려줘야한다. 물리적인 시간이 없는 만큼 11번가는 당장 투자금을 상환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11번가가 투자금을 상환하거나 투자자와 계약 조건 변경하는 방식으로 투자금 상환 이슈를 해결한다면 상장 계획은 내년으로 연기, 재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반면 상환 여력이 안 될 경우 11번가는 매각까지 고려해야한다. 11번가를 둘러싸고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1번가는 매각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상장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증시 상황이 좋지 못한 만큼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시점에 상장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현재 기업 가치는 1조 원 안팎이다.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유치할 2018 당시 기업 가치가 2조7000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하락한 셈이다.
11번가의 수익성 또한 좋지 못한 상태다. 2020년 98억 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21년 694억 원의 영업손실, 지난해에는 15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재 11번가는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SK스퀘어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19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67억 원으로 40.7% 줄였다. 오픈마켓 중심에서 직매입 사업으로 비중을 옮겨 외형성장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계산이다.
11번가는 고객 확보 등 외형 성장 전략 중 하나로 슈팅배송을 내걸었다. 슈팅배송은 11번가의 직매입 상품을 익일배송하는 서비스다. 11번가에 따르면 8월 기준 3개월 간 누적 이용 고객수는 200만 명이 넘었고 이 중 슈팅배송을 처음 구매한 신규 고객은 32만 명에 달했다.
11번가 관계자는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IPO도 그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