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군사지원ㆍ대러 제재 반대 의사 피력해와
연립 파트너 찾아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전선에 균열이 생기게 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총선거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중단을 주장하는 좌파 성향의 야당 사회민주당(스메르)이 제1당으로 약진했다고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슬로바키아 통계청이 발표한 예비 결과에 따르면 스메르는 22.9%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친우크라이나, 자유주의 성향의 ‘진보적 슬로바키아(PS)’가 17.9%로 2위를 기록했다. 페테르 펠레그리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 좌파 성향의 흘라스(목소리)당이 14.7% 득표율로 3위에 올랐다.
스메르는 2006~10년, 2012~18년 두 차례 총리를 지낸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이끌고 있다. 피초는 러시아 대한 제재에 반대했으며 나토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국가주권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승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함께 유럽에 또 다른 반우크라이나 목소리를 가져올 수 있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엑스(Xㆍ구 트위터)에 “누가 돌아왔는지 맞춰봐라. 슬로바키아 의회 선거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둔 피초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애국자와 함께 일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라고 기쁨을 표시하는 글을 올렸다.
포퓰리스트인 피초에게 이번 총선 결과는 놀라운 정치적 부활을 의미한다고 FT는 짚었다. 그는 여러 부패 사건에 휘말린 것은 물론 탐사보도 전문 기자와 그 약혼녀 살해 사건이 대규모 거리 시위를 촉발하면서 2018년 총리직에서 사임해야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장기화로 자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에 염증을 느낀 슬로바키아 유권자들이 다시 스메르와 피초 전 총리를 승자로 만들었다. 피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슬로바키아의 군사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는 것도 차단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대러시아 제재도 재검토를 주장하는 등 자원부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스메르가 1위를 차지했지만, 자체적으로 집권할 만큼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해 먼저 연립정부 구성에 나서야 한다. 3위인 흘라스가 유력한 연립정부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펠레그리니 전 총리는 피초 전 총리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