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희 호반건설 대표 등 기업인 다수 증인 채택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샤니 대표이사 출석
정무위·과방위 증인 채택 두고 여야 공방 중
국회가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청소년 설탕 과소비 문제를, 마약 혐의를 받는 아이돌그룹 멤버에게는 재활정책을 묻는다. 가품ㆍ위조상품 유통 문제는 포털과 SNS 기업 대표에게 따지기로 했다.
정부가 민생을 제대로 돌봤는지 꼼꼼히 따지겠다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현주소다.
3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는 1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보건복지위원회는 12일 열릴 국감에 인기 탕후루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의 김소향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탕후루는 설탕 시럽을 입힌 과일 꼬치로, 중국의 대표 간식이다. 복지위는 김 대표를 대상으로 청소년의 설탕 과소비 문제와 관련해 질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필로폰 투약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아이돌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 씨도 국감 증인과 참고인으로 각각 출석한다. 복지위는 최 대표에게 개인 의료 정보 유출 문제를, 남 씨에게 마약 재활 정책과 관련한 질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미이행 문제로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호반건설의 ‘벌떼 입찰’과 관련해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를, 국가산업단지 부지 매입 문제와 관련해 서재희 방림 대표를 각각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은 10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 출석한다. 같은 날 대형마트 종사자의 휴식권 문제와 관련해선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방안 등과 관련해서는 하정우 네이버 AI 연구소장 등이 각각 참고인으로 호출됐다.
또 12일 예정된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감에는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율 문제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함윤식 부사장이 출석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내 가품 유통 관련 문제와 관련해 김주관 네이버 CIC 대표가, 위조 상품 관련 문제와 관련해 김진아 메타(옛 페이스북 코리아) 한국 대표가 각각 증인 명단에 올랐다. 최근 중소기업의 기술 및 아이디어 도용 의혹을 받는 카카오VX 문태식 대표도 증인대에 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7일 열리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감에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를 증인으로 부른다. 엣나인필름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씨의 재판을 기록한 영화 ‘그대가 조국’의 배급사다. 영화 관객 수 조작 의혹과 관련된 질의가 있을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허구연 총재도 24일 열릴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문체위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허 총재는 프로야구 자유계약(FA) 문제와 관련해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구창근 CJ ENM 대표이사와 강신철 게임산업협회 회장도 각각 종합감사 증인 명단에 올랐다. 구 대표이사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순위 조작, 강 회장에는 게임 이용에 대한 질의가 있을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잇단 중대 재해가 발생했던 기업들을 불러 집중 질의에 나설 계획이다. 환노위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8월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질의하고자 이강섭 샤니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여름 폭염으로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했던 코스트코의 조민수 대표이사와 건설업계 산재 기업으로 꼽히는 DL이앤씨 마창민 대표이사도 증인으로 각각 채택됐다. DL이앤씨의 경우 중대대해처벌법 시행 이후 7차례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총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는 여야 첨예한 대립이 있을 전망이다. 교육위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무마 논란이 불거졌던 정순신 변호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 변호사가 비록 낙마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그를 증인으로 세워 진상 규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교육위 야당 위원들의 질의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자녀 학교폭력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김승유 하나학원 전 이사장, 김각영 하나학원 이사장, 조계성 하나고등학교 교장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도 증인대에 선다.
아직 증인 채택이 완료되지 않은 상임위도 일부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간 이견으로 증인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여당 소속 정무위 관계자는 “민주당 측에서 증인을 많이 요청하고 있다”며 “공정위 쪽 증인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따라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일 7일 전까지 요청서가 송달돼야 하는 만큼 4일에는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횡령, 불공정 거래 등의 이슈가 많았던 만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출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마찬가지다. 5G에 대한 품질과 요금에 대한 불만이 잇따르면서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 소환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는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 담당 사장, 서창석 KT네트워크 부사장, 권준혁 LG유플러스 전무가 출석했다. 최근 여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포털 뉴스의 알고리즘과 관련한 증인채택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본지에 “포털 관계자들도 증인 물망에 올라있다”며 “야당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