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모 전진 배치 등 이스라엘 군사지원 나서
이란·일부 중동국 “이스라엘 책임” 주장
중국 ‘두 국가 해법’ 제시…“미국, 불난 집에 기름 부어”
하마스 납치 피해 커져…수십 명 외국인 사망·실종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마스와 이스라엘군의 무력 충돌로 세계는 50년 만의 중동전쟁 발발 위기에 놓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비공식 긴급회의 소집 후에도 성명문 채택 등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세계 각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이스라엘 세력으로 나뉘어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하마스의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표명했다. 세계 최대 항공모함인 제럴드포드호를 포함한 항모전단을 동지중해에 전진 배치하고, 역내 전투기 편대를 증강했다. 또 탄약을 포함해 필요한 군 장비와 물자를 신속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유럽과 서방 국가들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하마스 공격을 일제히 규탄했다. 유럽연합(EU)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의 이스라엘 공격 행위를 명백히 비난한다”며 “이는 가장 비열한 형태의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일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프랑스·영국·캐나다 등도 이번 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번 공격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은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이번 분쟁의 책임을 이스라엘의 탓으로 돌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하마스의 ‘저항 노력’을 칭찬한다”며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그 지지자들은 이 지역 국가의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으며,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타르, 쿠웨이트, 예멘 등 일부 중동국가들도 이란과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양측에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지속해서 침해함으로써 계속되는 사태 격화에 대해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쿠웨이트도 이스라엘을 비난했으며, 예멘 수도를 장악한 후티 반군은 “영웅적인 지하디스트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와 예멘에서는 하마스의 공격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중국은 유보적 태도를 취하며 ‘두 국가 해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당사국들은 즉시 휴전하고 민간인을 보호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분쟁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두 국가 해법’을 실행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도의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말한다. 또 외교부는 “외부 세력의 간섭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각국은 자국민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수십 명 외국인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인질로 붙잡혔다. AP통신은 최소 4명의 미국인이 사망했으며 7명이 실종 상태라며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독일인과 멕시코인, 태국인, 네팔인 등 세계 각국 시민이 현지에서 하마스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정부는 자국민과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군용 수송기와 민간 항공기 1대씩을 급파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자국민 소재 파악에 나서는 한편, 핫라인 개설을 통해 필요한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네팔은 노동자와 유학생의 안전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현지 희생자의 시신을 본국으로 수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