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링 강화 등 비상근무 돌입
“이란, 주요 원유 도입국 아니야…
글로벌 정세 맞춰 대응책 수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사들은 이번 무력 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치달을 경우 석유 공급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마스가 7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사흘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측에서 800명 이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6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집중 공습이 이어진 가자지구에서도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1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59달러(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3일(89.23달러) 이후 최고치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해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2.65% 상승한 88.54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3.57% 뛰어 88.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만 하더라도 국제 유가 오름세는 주춤한 모습이었지만 전쟁이 발발하자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산유국이 아닌 만큼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미국과 이란 간의 대리전 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양국 간 대리전으로 치달을 경우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번 전쟁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간의 정치적 이슈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천연가스 개발과 동지중해 해상가스관 등을 둘러싼 에너지 패권 다툼도 일부 상존해 있다”고 밝혔다.
원유 시장에서도 이란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최근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00만 배럴을 넘어섰으며 하루 원유 수출량은 120만 배럴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 연구원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의 석유 인프라에 대한 이스라엘 공격 등의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최근 미국-사우디 간의 군사협약 또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비상근무 태세에 돌입했다. 관련 상황을 상시 관찰하고 있으며 중동 쪽 오가는 선박의 안전과 원활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송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로써 특이사항은 없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시장 거래 가격에서 조금 변동이 있지만, 공급과 관련해서는 아직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이 주요 원유 도입국은 아니다 보니 중동 등 주변국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