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최근 인류의 이동 경험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를 꾸준히 밝혀 왔다. 이동의 개념을 지상 운송 수단에 국한하지 않고 항공, 우주, 심지어는 가상세계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도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작정 사업 영역을 늘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제조 업체라는 뿌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질적인 사업에 무리하게 진출하는 대신 기존 사업과 유사성을 갖는 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로보틱스 분야가 대표적이다. 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6G, 라이다 센서 등 최신 기술의 집약체다. 동시에 이 기술들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의 원천 기술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의 실증 시험으로 카 헤일링 서비스 ‘로보라이드’를, 수요응답형 모빌리티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로보셔틀’을 국내에서 운영하는 등 자율주행 기반 서비스에 ‘로봇(Robot)’이라는 단어를 활용하고 있다. 또한 올해 말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아이오닉 5를 이용한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출시할 계획이다.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기술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밖에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 분야에서 차세대 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모바일 로봇 기술 및 모델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항공·우주 분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완성차 업체가 우주로 진출할 경우 그 자체로 고도의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다. 지구에 비해 혹독한 환경에서 운용되는 우주 모빌리티의 경우 로보틱스·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더해 극한의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강한 내구력을 갖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모두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기술들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 표면만 보더라도 크고 작은 분화구, 영상 130℃에서 영하 170℃를 오가는 날씨, 방사선 등 극한의 주행 환경을 갖췄다. 이러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모빌리티를 만든다는 것은 곧 최첨단 모빌리티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모빌리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러한 역량들을 내재화하고 있다. 다른 기업, 외부 조직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펼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방식이다. 기존에도 그룹 계열사들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여러 사업적 이점을 확보해 온 만큼 현대차그룹이 갖춰온 구조에도 더욱 부합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핵심 기술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2020년),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42dot) 인수(2021년), 미국 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법인명 ’슈퍼널‘ 확정(2021년, 설립은 2020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