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브리핑이 진행된 12일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그간 적발된 불법 공매도 건은 실수나 착오 등으로 발생한 경우가 대다수였다”며 “글로벌 IB가 우리 주식시장에서 가장 이슈 많은 공매도 제도를 이해 못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밝혀내기가 상당히 어려운 만큼 적발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매도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글로벌 IB가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들 글로벌 IB가 한국 시장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사후차입 방식으로 공매도를 계속해왔다는 것은 우리 시장에 대해 이해가 없다고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이용자 차원에서 악재성 정보를 활용한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된 바 있었는데, 이번 건은 공매도·매도스왑(TRS) 등 주식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B가 프로세스상으로 장기간 방치된 관행적 불법 공매도”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공매도 건에 따른 주가 영향은 적을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 중이다. 이승우 금감원 조사2국 국장은 “개별 종목과 개별 투자자들의 비중 자체는 크지 않아서 해당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으로 전환하지는 않았다”며 “이들도 공매도를 한 후 이를 청산하고 매수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입기도 하는 등 단정적으로 공매도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가 하락 등의 영향을 주지 않아 직접적인 수익이 불투명함에도 글로벌 IB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관행적으로 해온 목적으로는 수수료 수익이 지목됐다. 해외 기관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대한 매도스왑 주문을 접수한 경우 글로벌 IB는 매도스왑거래를 체결하는 한편, 헤지 목적으로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 극대화를 노렸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글로벌 IB가 수수료를 더욱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IB는 중개 역할만 해서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에 따른 손익은 최종 투자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라며 “증권사는 매도스왑 체결에 대한 헤지 차원에서 공매도를 하는 것이므로 무차입 공매도로 얻는 이익은 수수료 수입 말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부원장보는 “지난해 공매도조사팀 신설 이후 한국거래소 공매도 전담팀과 유기적으로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그간 걸러지지 않았던 불법 공매도 의심 정황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에도 적발된 한 두 개 회사로 끝낼 사안이 아닌 것 같아 필요하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와 공조하는 등 조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