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시작한 가운데 상장사들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작년 4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올려잡으며 기대감을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다시 내려잡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4%, 직전 분기 대비 34.0% 증가한 48조5000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실적 발표를 완료한 기업 중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주들은 전망치를 16.9% 웃돌며 호실적을 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들 기업 비중은 약 31.2%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3분기 조(兆) 단위 영업이익 회복에 성공했다.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7조 원, 2조4000억 원으로 직전 2분기 대비 각각 11.6%, 258.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영업이익 7312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7.5% 늘어난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보였다.
국내 기업 실적은 지난해 4분기 저점을 보인 후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해왔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된 4월 이후 기업 전망치(컨센서스)는 경기침체 우려를 서서히 빠져나오는 듯 보인다.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절반 넘게 뛰어올라 35조4000억 원을 기록했고, 2분기 36조2000억 원에 이어 3분기 48조5000억 원으로 우상향을 그렸다.
문제는 하반기 들어 실적 개선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4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는 47조5000억 원으로 4개 분기 만에 다시 하락 전환했다. 7월부터 3분기와 4분기 전망치는 각각 마이너스(-) 6.3%, -5.1% 하향됐다. 중국 경기 부진과 고금리 지속, 대외 수출 및 내수 부진 등 대내외 요인이 하반기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원재재값 상승과 인건비도 반영되면서 3분기 실적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달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역성장한 업종은 18곳으로 상승흐름을 보인 8곳을 앞질렀다. 에너지(13.9%), 건강관리(4.2%), 건설·건축(2.0%), 기계(1.8%), 유틸리티(1.5%) 등은 영업이익률 전망치가 성장했다.
반면 국내 산업의 대장격인 반도체(-89.6%) 전망치는 하락 폭이 컸다. 반도체는 전체 컨센서스 하락분의 46%를 차지하며 컨센서스 하향 움직임을 주도했다. 조선(-17.1%), 디스플레이(-17.0%), IT하드웨어(-13.4%), 철강(-9.0%), 호텔(-8.6%), 운송(-7.4%), 화학(-6.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효성화학(982.6%), 한전기술(102.5%), SKC(59.3%), S-Oil(46.6%), 삼성생명(42.1%) 등은 1개월새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크게 높아졌다. 현대미포조선(-1284.7%), 금호타이어(-100.0%), 두산퓨얼셀(-64.2%), 드림텍(-55.3%), 롯데케미칼(-50.3%) 등 영업이익 전망치는 같은 기간 큰 폭 하향 조정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흐름을 보일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기업 이익 성장률 전망에 대한 시장 신뢰가 강해진다면 시장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증시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라며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제유가와 가솔린 가격 등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