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전 등의 관세 10년에 걸쳐 매년 0.5%씩 철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와 경제 동맹을 강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 사업 활력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들인 자동차·가전 등의 관세를 없애기로 하면서 수준 높은 시장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서울에서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과 한국·UAE 통상장관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는 한국이 아랍권 국가와 맺는 첫 자유무역협정(FTA)이다. CEPA는 FTA를 통한 상품·서비스 분야 시장 개방에 더해 다양한 분야의 포괄적 교류·협력 강화를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정을 뜻한다.
이번 협정에 따라 자동차, 가전제품에 붙는 관세가 사라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우리나라 대표 수출품인 승용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를 비롯해 △항공기·철도차량부품 △냉장고 △세탁기 등에 붙은 5% 관세를 10년에 걸쳐 매년 0.5%씩 철폐하기로 했다.
일본,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등이 UAE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데서, 한국이 UAE 자동차 시장 등에서 더욱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기회로 평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13일 관련 브리핑에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CEPA를 체결하면서 주요 자동차 수출국 대비 우리 기업이 경제적 비교 우위, 가격 측면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 핵심 우방국인 UAE와의 교역 규모는 작년 기준 195억 달러(약 26조4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국가 중 16위다. 양국 간 상호 직접투자 규모도 누계 기준 지난해까지 71억 달러(약 9조6000억 원) 쌓였다. UAE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권역의 허브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활동하는 데다, 우리 기업도 지난해 기준 약 178개가 진출해있다.
올 상반기 먹구름 낀 수출 전선에서도 자동차ㆍ철강 품목을 중심으로 중동지역에서 두드러진 수출 호조세를 보였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1년 전보다 26% 급감하고, 아세안(-20.4%)과 중남미(-14.6%) 등도 줄줄이 하락할 때 대(對) 중동 수출(14.3%)은 '나홀로'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가전업계에서도 중동 시장은 '노다지'로 평가한다. 중동시장은 가전 시장의 침체기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선두권 점유율을 유지해 주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도 중동과 아시아에서 올해 TV 시장의 출하량이 약 300만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와 유럽은 100만 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 36.8%, 21.1%로 1·2위를 차지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매출은 3조3572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아울러 이번 협력에는 에너지·자원, 바이오 경제, 스마트팜, 헬스케어 등 핵심 분야도 포함돼 국내 산업계의 사업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