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주주 친화적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16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Two IFC 빌딩 3층 더포럼(The Forum)에서 제1회 언론인 초청 특강인 ‘전문가 입장에서 본 기업 거버넌스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특강에서 이남우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주주 지분이 높으면 지배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미국의 애플과 스타벅스는 대주주가 없는데도 세계 최고의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자랑한다”고 했다.
그는 “대주주 지분율과 거버넌스는 상관이 없다”며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가 회사와 모든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우선시할 때 지배구조가 탄탄해진다”고 주장했다.
천준범 변호사는 주주환원 등에 적극적인 지배구조가 조성돼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해결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천 변호사는 “한국 주식은 단물 빠진 수박 조각과 같다”며 “잘 익은 수박인데 조각으로 잘라 팔 때는 단물이 빠져 맛없는 것처럼, 회사는 돈도 잘 벌고 우량한데 이를 잘게 쪼갠 주식은 배당을 안 나눠주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단물 빠진 주식이라는 생각이 들면 당연히 사지 않고 가격이 내려간다”며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법과 제도의 문제”라고 했다.
천 변호사는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하지 못하고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 ‘깜깜이’ 구조인 데다가 대주주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배당 의무가 없으니 일반 주주를 신경 쓰지 않게 된다”며 “미국에서 이사회는 주주의 대리인으로, 이미 주주 중심주의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상법 제382조의 3에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가 포함돼있지 않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상법 제382조의 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도 주주친화적이지 않은 기업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일부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대만이나 미국 대비 50%에서 80%까지 저평가돼 있다”며 “유통시장에서 저평가가 일어나면은 결국 발행시장도 저평가돼 국가 경쟁력 문제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즉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이 올라간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이익의 더 많은 부분을 나눠줘야만 같은 금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기업이 시가총액을 1조 원으로 평가받으면 10% 주식을 발행했을 때 1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지만, 이에 절반인 5000억 원으로 시가총액을 평가받으면 20%를 발행해야만 같은 금액을 조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본질적인 가치에 대비해 거버넌스나 주주환원, 비용 구조 등에 대해 굉장히 저평가됐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이를 해소하면서 주가 상승을 앞당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행동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발생한다”며 “이에 대주주도 권한을 휘두르는 대신 주주들을 신경 쓰며 기업을 운영하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