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무죄 사건 평정 결과 검사의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과오 없음’ 비율이 최근 5년 중 올해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과오’를 인정한 사례 중에는 ‘수사 미진’으로 인한 사건들이 두드러지게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2019~2023년 9월까지 무죄 등 사건 평정 현황’ 통계에 따르면 ‘과오 없음’으로 판단된 사건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집계됐다.
무죄 사건 평정 제도는 검사가 기소한 사건에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 검사의 수사 과정에 과오가 있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공판검사가 ‘무죄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고검이나 대검 감찰과에서 평정하는 방식이다. 검찰 인사 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평정 사건 결과는 크게 ‘과오 없음(법원과의 견해차)’과 ‘검사과오’로 나뉜다. 지난 4년간 평정 건수는 7000~8000여건으로 집계됐고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는 5188건이다.
과오 없음 평정은 2019년 전체 평정 8028건 중 7131건으로 88.8%였지만 올해는 9월 현재까지 4703건(90.7%)에 달한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법원에서 무죄를 판결을 받더라도 ‘법원과의 견해차일 뿐 검사의 과오는 없었다’는 취지로 판단하는 사례가 근소하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수사검사와 공판검사의 과오를 인정한 검사과오 사건 비율은 줄어들었다. 다만, 이 가운데 ‘수사미진’ 비율은 크게 늘었다. 수사검사 과오는 △수사미진 △법리오해 △사실오인 △증거판단 잘못 △의율착오 △기타로 나뉜다.
수사미진 비율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8.8%, 42.8%, 49.6%, 44.2%를 보였으나 올해는 292건으로 전체 검사 과오 인정 건수(485건)의 60.2%에 달했다. 검사가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결과 무죄가 선고됐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무죄 사건 평정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검찰이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여러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 검찰과 법원의 견해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는 판사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무죄가 선고되면 검사의 능력 부족이라고 했으나 최근에는 판사의 판단을 조금 다른 시선을 보는 경향이 생긴 영향도 있다”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하지만 늘 수긍하는 것은 아니기에 평정 결과 ‘법원과의 견해차’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입장을 내고 “판단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모순된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애초에 무죄 사건 평정 제도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된 평정이 어렵다는 말도 있다. 또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판 검사는 대체로 저년차가 많은데 선배 검사가 기소한 것을 두고 ‘선배가 잘못했다’고 대놓고 평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간혹 무리한 기소가 눈에 보인다 할지라도 수사검사 뿐 아니라 이를 결재한 부장검사까지 평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높은 연차인 선배 검사들이 평정하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수사미진 비율이 증가한 것은 2021년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후 많은 사건들이 검사들의 손을 제대로 거치지 못해 수사가 부실한 채로 재판에 넘겨졌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앞서의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를 미진하게 한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 검사는 다시 사건 관계자를 불러서 수사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최근 법원이 (영장 등을) 기각하면 검찰은 이걸 비판하는 입장을 낸다. 비판할 것이 아니라 떨어진 수사력을 늘려 ‘수사미진’ 사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들이 왜 ‘과오없음’ 평정을 받았는지는 각 사건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봐야하는데 특정 사회적 흐름과 분위기 등으로 통계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