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계 은행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통해 나간 듯
한국에 묶였던 이란자금이 미 제재 유보 결정 한달전부터 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급준비제도에 따라 은행이 올해 7적립월(8월10일부터 31일까지)에 쌓은 초과 지급준비액은 직전적립월(7월6일부터 8월3일까지)보다 3조1920억620만원 줄어든 918억8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4월(399억1000만원) 이후 4년3개월만에 최저치며,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1월(적립월 기준)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중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만 보면 3조1919억560만원 줄어든 914억3110만원이었다.
이는 한국이 이란에 지급해야 하는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약 7조9500억원)에 대한 미국의 제재조치가 풀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의 대 이란 제재가 이뤄진 후폭풍에 2019년 5월(적립월 기준) 초과 지준액은 2조5759억원 가량 급증한 바 있다. 이란계 은행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사실상 폐쇄수순을 밟으면서 지점 자금을 모두 지준금 통장인 당좌예금에 이체한 때문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토니 블랭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초 이란 자금에 대한 제재를 유보하는 조처에 서명하고 전달 11일 이를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에 묶였던 60억달러는 현재 카타르로 송금돼 있는 상태다.
다만, 한은 초과 지준액은 미국의 대 이란 제재 유보조처와 의회 보고보다 길게는 한달 앞서 급감했다. 이란 제재 유보조처에 대한 국내 사전 작업이 미국 결정 이전부터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역시 관련 자금을 이란에 송금하기 위해 미리부터 작업에 나섰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동결됐던 이란 자금이 다 나갔기 때문”이라면서도 “정부쪽에서 넘겨달라는 요청 공문에 의해 나간 것이라 (선후 과정에 대한) 외교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