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미술사 강의'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느냐?"는 기자들이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유 교수는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영남대 교수, 명지대 교수, 문화재청장 등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특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가 대중 교양서로서 널리 읽히면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번에 유 교수가 완간한 '한국미술사 강의' 시리즈는 2010년 1권이 출간된 이후 이번에 5ㆍ6권이 동시에 나오면서 13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두 2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2650개의 도판이 실려 있다. 1권 '선사, 삼국, 발해' 편을 시작으로 6권 '조선:공예, 생활ㆍ장식미술'까지 한국미술사의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이날 유 교수는 "책상에 앉아 밑줄 그으면서 읽는 책이 아니라 소파에 누워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희망했는데, 이렇게 두껍게 여려 권을 만들 줄은 몰랐다"며 "나중에 6권을 단권화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후배들에게 '장르 구분'이 아닌 '시대 구분'을 중점으로 하는 미술사 공부에 매진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조각사, 도자사, 회화사가 아니라 '신라 미술사', '고려 미술사'와 같이 시대로 구분해서 책을 쓰면 내용이 훨씬 풍부해진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평소 '인문학의 실천으로서 미술사'를 강조했다. 그는 "서양에서는 미술사 전공을 장르가 아닌 시대로 나눈다. 그렇게 접근하면 (시대의 이야기를 필연적으로 넣기 때문에) 미술에 인문학적 관점도 풍성하게 녹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 끝에 유 교수는 '이미지 사용'에 관한 로열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도판 등을 사용하는 데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어쨌든 유명하고 그렇게 때문에 원하는 이미지를 많이 실었지만, 후배들이 미술사 책을 쓰려고 하면 사용료 때문에 제약이 많다"며 "이건 사회적인 문제다. 언론이 나서서 여론 조성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