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연합교섭단이 다음 달 9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서울지하철 1~8호선 하루 평균 이용객은 줄잡아 700만 명이다. 이 많은 시민이 또다시 민노총·한국노총 산하 지하철 노조의 볼모로 잡히게 됐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노조 예고대로 총파업이 진행되면 2년 연속 지하철 파업 기록이 작성된다. 노조로선 자랑스러울지 몰라도 객관적으론 이런 후안무치한 기록이 따로 없다. 지하철 기본요금은 지난 7일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랐다. 요금표를 바꿔 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파업 타령인 것인가. 오늘은 요금 인상, 내일은 파업인가. 얼굴이 보통 두꺼운 게 아니다.
노사 쟁점은 공사의 인력 감축 방침이다. 공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26년까지 전체 정원의 13.5%인 2211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대 노조는 반발 일변도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상급단체인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중단하고 올해 안전인력 771명을 채용하지 않는다면 파업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위원장도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반대를 분명히 했다.
두 기성 노조의 파업 논거는 결국 ‘인력이 줄면 안전이 위태로워진다’는 관점으로 요약된다. 다른 사람, 다른 조직이면 박수를 받을 관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두 노조는 이런 명분을 내세울 자격이 없으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다. 2030세대를 주축으로 2021년 설립된 올바른노조의 지적이 따끔하다. 올바른노조는 파업 깃발을 든 두 기성 노조에 대해 “타임오프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악용해 출근도 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을 반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시의회에 제출된 자료만 봐도 사실관계는 명확하다. 두 기성 노조는 지난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32명으로 합의해 놓고도 실제 인원은 300명 넘게 늘렸다고 한다. 노는 인력이 1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노조 간부들이 ‘근무협조’를 활용해 의무 근무일에 일하지 않은 날도 4418일이나 됐다. 노조 완장질을 아무도 손대지 못했다는 뜻이다. 현장 인력을 불법적으로 줄여 승객 안전을 위태롭게 한 주동 세력으로 꼽혀도 두 노조는 아무런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이런 이들이 인력 감축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친다. 이 역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것인가.
서울교통공사 재정은 심각하다. 7월 기준 누적 적자가 17조6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 한 해만 해도 9878억 원의 적자가 더 쌓였다. 기성 노조가 진정 안전 문제를 우려해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면 솔선수범할 것이 많다. 타임오프제 정상화, 근무협조제 악용 금지 등부터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하지 않고 파업 머리띠만 챙기는 집단을 어찌 봐야 하나. 툭하면 파업 깃발을 드는 귀족노조와 그 동조자들은 MZ세대를 대표하는 올바른노조가 지하철 파업에 반대하는 이유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성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