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조항, ‘업무상 질병’으로 대폭 축소돼
정년연장, 저출산, 고용안정 관련 내용도 담겨
기아 노조가 현대판 음서제로 비판받아온 소위 ‘고용세습’ 조항을 개정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이날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71.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아는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국내 완성차 기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임단협을 마쳤다.
이번 잠정합의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고용세습’ 조항 개정이다.
해당 조항은 기아 노조 단체협약 27조1항이다. 이 조항은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 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규 채용에 장기근속자, 정년퇴직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도록 명시해 고용세습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월 노동부는 해당 조항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해 이를 폐지하라고 시정명령을 했다. 그러나 기아 노조는 해당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노동부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에서 이 조항이 대폭 개정됐다.
18일 기아 노조가 발간한 소식지에 따르면 해당 조항에서 장기근속자, 정년퇴직자 문구가 삭제되고 ‘재직 중 질병’ 문구는 ‘업무상 질병’으로 수정됐다. 업무상 질병에 의해 사망한 조합원의 자녀만을 우선 채용한다는 의미다. 기존보다 자녀 우선 채용 관련 내용이 대폭 축소된 셈이다.
이밖에 이번 합의안에는 복지제도 확대, 정년연장 및 신규인원 충원, 저출산 해소 및 육아 지원, 미래고용안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금 관련 내용으로는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00%+800만 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 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5만 원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 등이 포함됐다.
기아 노조는 투표 결과 발표 이후 "노동조합은 23년 임금 단체교섭 합의사항이 조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2023년 단체교섭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이후 노동조합 사업으로 채울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