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 OECD 회원국 중 9곳 “형벌조항 아예 없어”
韓, 40년 만의 법 전부 개정 불구
기업결합 제외한 모든 유형 처벌
경쟁법 위반죄 규정…한국 포함 23개 국가
‘입찰담합’ 한해 형사처벌…독일 등 6개국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선진국 대부분
담합 위주 刑 집행…‘카르텔 범죄화’ 추세”
우리나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형사처벌 범위가 세계 주요국 경쟁법 형벌조항과 견줄 때 가장 폭넓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본지가 법무법인(유) 광장 공정거래그룹에 의뢰해 ‘경쟁법 위반에 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형벌제도’를 전수 조사한 결과, 주요국이 ‘카르텔’(사업자 집단의 부당한 독과점 연합) 위주로 형벌조항을 집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결합’을 제외한 모든 유형을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38개 OECD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카르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기업결합 △불공정 거래행위 등 4가지 행위 유형에 관한 해외 경쟁법 형벌조항을 비교법적으로 분석했다. 광장 공정거래그룹은 국내 로펌 가운데 유일하게 경제분석을 전담하는 ‘캐피탈 경제컨설팅 그룹(CECG)’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OECD 회원국의 형벌제도를 살펴보면 카르텔 등 경쟁법 위반을 이유로 형사적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덴마크, 아이슬란드, 호주, 아일랜드, 그리스, 노르웨이, 이스라엘, 칠레, 에스토니아, 헝가리, 멕시코, 슬로베니아, 체코, 슬로바키아, 스위스, 뉴질랜드 등 23개 국가다.
‘입찰담합’만 처벌하는 국가는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 폴란드, 벨기에, 콜롬비아 등 6개국이다. 관련 형벌조항이 아예 없는 나라도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 룩셈부르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코스타리카, 핀란드 등 9개국에 달했다.
단순히 공정거래법이나 형법으로 형사적 제재장치를 마련했는지 보면 전 세계적으로 경쟁법 위반에 형벌권을 동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쟁 제한적 행위 유형별로 세분해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독일과 유럽연합(EU)은 카르텔, 시장지배력 남용, 기업결합을 처벌하지 않는다. 독일은 형법상 입찰담합 처벌조항만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카르텔만 처벌한다. 두 나라 모두 기업결합을 처벌하지 않고,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집행하지 않고 있다. 영국 역시 카르텔만 처벌하고 시장지배력 남용 및 기업결합 모두 처벌이 불가능하다.
불공정거래 행위의 경우 일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고 미국·독일·영국·EU에선 처벌조항 자체가 없다.
이처럼 OECD 회원국 대부분은 경쟁법 내지 형법에 형사처벌 조항을 규정하고 있더라도, 통상 불공정 담합행위로 분류되는 ‘카르텔’ 중심으로 엄격히 형벌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기업결합을 제외한 카르텔,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거래를 전부 처벌하고 있다.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2020년 40년 만의 전면 개정 과정에서 기업결합, 일부 불공정 거래행위(경쟁제한성 중심으로 판단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에 관한 형벌조항을 폐지했음에도 여전히 가장 강한 입법 태도를 갖고 있다.
이번 전수 조사에서부터 분석까지 진행한 가장현(사법연수원 39기‧공정거래법 전문) 광장 공정거래그룹 변호사는 “미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은 공정거래법 위반, 특히 카르텔에 대해 형벌제도를 두고 있으며 이는 OECD 회원국 다수가 마찬가지”라면서 “다만 형벌조항을 두더라도 대체로는 카르텔 위주로 형벌조항이 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 변호사는 “‘카르텔의 범죄화’ 경향은 세계적인 추세이나 카르텔이 아닌 △시장지배력 남용 △기업결합 △불공정거래 등 단독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분명한 위법 사례에 해당하면 형사책임을 묻는 분위기지만, 치열한 비즈니스 경쟁 속 경영상 판단 기준은 경기 부양 측면에서 완화 해석하는 흐름이 글로벌 다른 한 축이란 의미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