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불만 최고조
AI·전기차 등 첨단기술은 일자리 위협
“美 자동차노조 파업 일주일 연장될때마다
4분기 성장률 최대 0.1%p 낮아질 것”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2일 미국과 영국의 근로손실일수(노동손실일수)가 각각 23년, 3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고물가와 인공지능(AI), 전기자동차 등 첨단 기술의 등장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과 일자리를 위협하면서 각 산업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첨단 기술의 등장을 계기로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근로손실일수는 741만 일에 달해 23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미국 배우와 라디오 진행자, 유튜버 등 16만 명이 가입한 미국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이 7월 중순부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할리우드 방송·영화 작가들도 지난달 말까지 5개월간 파업을 진행했다. 배경에는 AI에 창작 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파업에 따른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15만 명의 회원을 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달 중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사상 초유의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UAW는 향후 4년에 걸쳐 최소 40% 임금 인상, 전기차 생산직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제조사의 전기차 전환 노력이 갈등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공정이 단순하고 조립도 간단해 필요한 노동력이 30~40%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노동자들이 “치솟는 물가 급등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고물가 속에서 생활비 위기가 닥쳤다. 이 여파로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업이 단행됐다. 그 여파로 지난해 근로손실일수가 251만 일로 3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는데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철도기사 노조와 의사 단체가 4일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 맞춰 파업에 돌입했다.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달 초 의료인들이 임금 인상과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문제는 이처럼 속출하는 파업 사태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닛케이는 “국가를 넘어 퍼지는 파업의 물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경제의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UAW의 파업이 일주일 길어질 때마다 올해 4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연율 0.05%~0.1%포인트(p) 낮아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영국은 7월 의사 파업이 많았던 건강·사회 분야와 철도 등 운수·창고 부문이 각각 GDP를 전달 대비 0.18%p, 0.05%p 끌어내렸다.
‘친노조 대통령’을 표방하며 지난달 말 UAW 파업 현장을 찾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말에는 화물 철도 파업을 법률로 금지했다. 당시 그는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화물 철도 노사 합의를 강제하는 법안에 서명해 파업을 원천 봉쇄했다.
노사분규가 직접적 원인이 돼 발생한 사회적 손실을 근로일수로 측정한 지표. 파업에 참여한 참가자들의 파업시간을 모두 집계해 하루 근로시간으로 나눠 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