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분양 늘었지만…꽉 막힌 ‘공공’ㆍ미분양 ‘지방’ 불안 여전[9·26 공급대책 한 달]

입력 2023-10-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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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물꼬를 트기 위한 9·26 공급대책 발표 한 달을 맞아 수도권과 지방의 희비가 엇갈린다.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은 민간 분양 물량 증가와 집값 안정화 등 효과를 거뒀지만 전국 공공주택 공급 지연 우려가 여전한 데다 지방은 자체 사업장이 많아 대책의 효과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25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급대책 발표 이후 이달 민간 분양 물량은 전월 대비 증가하고, 집값 상승 폭은 소폭 감소하는 등 시장 안정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부처 합동으로 공공주택 12만 가구 추가 공급과 부동산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공급 대책을 내놨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집계 기준 이달 민간 분양 물량은 총 4만5824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약 3만 가구) 49% 늘었다. PF부실과 지방 미분양 우려가 3분기 내내 이어졌지만, 공급대책 발표로 시장 불안심리가 일부 해소되면서 민간 공급이 재개됐다.

공공택지 분양과 사전청약도 악재를 딛고 순항하고 있다. 20일 진행한 공공주택 ‘뉴홈’ 3차 사전청약은 평균 1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보강철근 누락’ 사태 등으로 공급 일정 차질이 우려됐지만, 안전 점검 결과 공개와 수습 대책 발표 등으로 시장 우려를 지웠다.

단기간 주택 공급이 순항하자 3분기 가파르게 상승세를 이어간 전국 집값도 한풀 꺾였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0.07% 상승한 아파트값은 이달 2일 0.08%를 기록한 뒤 9일과 16일 각각 0.06%와 0.07% 오르면서 상승 폭이 둔화했다. 서울 역시 지난달 25일 0.10% 상승 후 이달 2일 0.10%, 9일 0.07%, 16일 0.09%로 오름세가 누그러졌다. 최근 한 달간 서울 아파트 매물도 지난달 24일 7만4447건에서 이날 7만5921건으로 1.9% 늘어나는 등 매물 적체 현상도 포착됐다.

이렇듯 공급대책 시행 이후 시장 불안 심리 안정과 공급량 확대로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지만, 불안 요소도 남아있어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이다. 우선 LH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공공주택 공급 불안 불씨로 남아있다. 여기에 지방은 PF 사업장 비율이 낮고, 미분양 물량이 많아 공급대책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 소재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은 PF 사업 비율 높지만, 지방은 지방 건설사 중심 자체 사업 비율 높아 PF지원 확대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된다”며 “지방 미분양이 넘쳐나는 상황에 PF 보증 확대는 수도권 일부 사업장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방은 수도권과 달리 미분양 주택 물량 적체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미분양 주택 규모는 수도권은 7676가구로 전월(8834가구) 대비 13.1%(1158가구) 감소했다. 반면 지방은 5만4135가구 규모로 전월(5만4253가구) 대비 0.2%(118가구)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공급대책이 발표됐지만, 몇몇 파산 직전의 사업장 구제와 시장 불안 분위기를 완화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급대책에서 수요는 자극하지 않고, 공급만 확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강조했는데 이러면 건설사나 개발업자는 사업성이 높은 일부 사업지에만 주택을 계속 지을 것”이라며 “결국 지방 아파트나 비(非)아파트 유형은 계속 침체할 수밖에 없고, 현재 수도권 아파트값만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 침체기에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 방안을 먼저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공급 확대를 포함한 시장 연착륙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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