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투심에 바이오 업계의 투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기존에는 가능성 있는 기업이나 신약 개발에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기업의 인수합병(M&A)이 증가하고 헬스케어 분야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업계의 투자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 위기와 엔데믹 영향으로 투자가 줄며 투자 업계에서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 벤처 투자 금액은 596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1조 3,159억 원) 절반 이상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1조 8101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가 수익률은 1분기 대비 11.6% 하락했다. 자연스럽게 바이오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고, 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대규모 신규 투자 보다 M&A가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가 발간한 ‘2023년 상반기 국내외 바이오제약 산업 동향‘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부터 바이오제약과 헬스케어에서는 총 27건의 M&A가 성사됐다. 규모는 약 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총 6건의 M&A 계약이 체결됐다.
유한양행이 300억 원에 다중표적항체 기업 프로젠의 최대주주가 됐고, 디지털 통합물류 솔루션 기업 로지스팟은 의약품 물류 서비스 기업 고려택배의 지분을 330억 원에 매입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는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에빅스젠을 152억 원에 인수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M&A는 800억 달러(약 107조 원)를 넘어서면서 2019년 이후 상승세다. 상반기 중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거래는 12건이다. 특히 화이자가 시젠(Seagen)을 430억 달러(약 58조 원)에 인수하며 올해 가장 큰 규모의 M&A를 성사시켰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거의 매일 M&A가 성사될 정도”라며 “자금이 부족한 기업이 위기를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위주의 투자 형태도 변화했다. 올해 처음 자금 조달을 마친 헬스케어 기업이 신약개발 기업을 앞섰다. 상반기 37개 기업이 총 3224억 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는데, 이중 헬스케어 기업이 15개(1212억 원)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약개발 13개(1284억 원, 40%), 커머스 및 위탁생산 5개(437억 원, 13%), 진단 및 기타 기업이 4개(291억 원, 9%)로 나타났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헬스케어에 대한 비상장 바이오제약 투자가 처음으로 신약개발을 넘어섰다”며 “투자 트렌드가 신약개발 뿐 아니라 헬스케어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