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라이프도 신한카드와 '근소한 차이'
"카드업계 전반적인 업황 악화가 영향"
금융지주사 내 비은행 계열사들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카드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IFRS17(새 회계제도) 덕택을 본 보험사들이 치고 나가고 있다. 금융지주사 내 은행의 순이익 기여도 감소로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더욱 중요해진 가운데, 이들 간 순위가 역전되는 상황도 예견된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 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6% 증가한 280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2724억 원을 기록한 KB국민카드보다 80억 원 많은 수치다. KB라이프생명이 올해 1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KB국민카드보다 앞선 3위 계열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KB금융은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 출범 이후 고수익 연금보험 위주의 상품 구성과 주요 상품의 손해율 하락이 당기순이익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에 대해서는 “금융자산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 신용손실충당금 전입 증가 영향”이라고 말했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대출의 총량이 늘었음에도 부실화 우려로 충당금이 늘면서 순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얘기다.
신한금융그룹 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의 3분기 금융지주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관건은 비은행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에서 비은행 수익 1위가 신한카드에서 신한라이프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지난 2021년 7월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들 금융지주사 내 비은행 계열사 순위가 뒤바뀌게 된 배경에는 상대적으로 카드 업황이 악화한 영향이 주효했다. 신한카드는 줄곧 신한금융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1위를 고수해왔다. 카드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며 신한금융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드 업황이 악화하며 추가적인 성장이 어려워지자 비은행 부문 1위를 추격해오던 신한라이프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 됐다. 카드업계는 전반적으로 조달비용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충당금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와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 차이도 크게 좁혀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두 회사 간 당기순이익 격차는 52억 원으로 전년 동기(1352억 원)와 비교해 1300억 원가량 좁혀졌다. 지난해 △3분기 2181억 원 △4분기 1778억 원에 이어 올해 △1분기 329억 원 △2분기 52억 원으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이번 3분기에는 신한라이프에 추격을 허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진 근소한 차이로 4분기에는 또 그룹 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라며 “카드업계에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현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