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사, 日 반도체 ETF 출시 행진
올해 일본 증시 랠리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열을 올렸지만 수익률은 변변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학개미(일본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등까지 겹치면서 투자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일본 반도체 관련 ETF를 연이어 출시했다. 일본은 전통적인 반도체 강국인 데다가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서면서 투자 수익이 향후 쏠쏠할 것으로 전망해서다.
한화자산운용은 8월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로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9월 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를 선보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이번 달 ACE 일본반도체 ETF를 상장했다. 이 ETF는 25개 일본 반도체 대표주를 동일가중방식으로 편입한다.
문제는 출시 열풍과 달리 이들 상품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이달 들어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와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는 각각 2.07%, 2.47% 하락했다. ACE 일본반도체 ETF는 상장일(10월 17일)부터 현재까지 7.22%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국채 쇼크 등으로 글로벌 증시 대다수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상 일본 증시도 미국 경기와 연동해 움직인다.
고점에 달한 일본 증시가 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일본 증시는 33년 만에 역대급 호황을 누렸다. 일본 니케이225지수는 올 들어 20% 넘게 상승하며 3만 포인트를 돌파했다.
당장 엔화 반등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환차익을 노리고 일본 ETF에 투자했던 일학개미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25일(현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보다 0.2% 하락한 달러당 150.25엔에 마감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급 엔저에 자금이 쏠렸던 ‘TIGER 일본엔선물 ETF’도 올 들어 0.57% 하락했다. 이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올 순매수 규모는 852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158억 원)을 넘어선 바 있다.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외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일본 증시가 향후 반등해 투자 매력도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마케팅본부장은 “최근 하락은 대내 이슈보다는 대외적인 특히 미국 시장금리 급등 등 긴축이나 침체 우려와 관련한 것”이라며 “일본은 선진국 안에서 매출과 이익 모멘텀이 가장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저평가 국면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외적인 이슈가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접어든다면 글로벌 증시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큰 폭으로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