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 씨(31세)는 수년간 투자해온 증시에서 일부 자금을 뺐다. 고금리 상황에 증시가 더 오를 것 같지 않아 보이자 수익실현에 나선 것이다. 대신 빼낸 자금은 채권으로 향했다. 이 씨는 4000만 원가량을 채권형 ETF 등으로 옮겼다. 그는 “정점에 오른 금리는 이제 하락할 일밖에 안 남았으니 지금이 채권 투자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월급이 나오면 연말까지는 계속 분할매수 할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른바 ‘채권 개미’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자 주식보다 채권 투자 매력이 커져서다. 이들은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개인 투자자는 채권을 30조9494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이는 지난해 개인 투자자 채권 순매수액(20조6113억 원)도 넘어선 수준이다. 금투협에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규모기도 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20년(3조8000억 원) △2020년(3조8000억 원) △2021년(4조5675억 원) △2022년(20조6113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자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금리 기조가 지속하면서 채권 개미가 늘었다. 연초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예상보다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하자 채권의 저점 매수 매력은 더욱 올라갔다. 특히 이들은 현재 금리가 정점에 달했다고 보고, 내년부터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현재 금리가 정점이라는 점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돼 연말까지 75~100bp(1bp=0.01%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며 “인하 기대 반영해나가며 금리 하향이 안정화할 것”이라고 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준도 상당 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기준금리가 제약적인 영역에 진입했고, 대내외 리스크 요인 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내년 2분기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은행도 내년 2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내년 1분기까지는 듀레이션(잔존만기) 축소와 단기채 위주로 접근하고,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듀레이션 확대를 권고한다”고 했다.
한편 서학개미도 미국 국채 ETF를 사들이며 채권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서학개미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산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TMF)로, 11억 달러(1조4862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