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내려졌던 당 차원의 징계가 취소됐다. 당 혁신위가 통합을 강조하며 내놓은 1호 ‘대사면’ 안을 수용한 것인데 당사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2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표, 홍 시장, 김재원 전 최고위원, 김철근 전 당대표 비서실장 4명의 징계 취소를 의결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윤리위의 징계 결정도 존중돼야 마땅하나 보다 큰 정당을 위한 혁신위의 화합 제안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혁신위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혁신의 진정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의결 취지를 설명했다.
징계 취소 결정 직후 홍 시장과 이 전 대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홍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한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기야 시한부인 줄 모르고 사는 게 좋을 수 있지만”이라고 적었다. 이어 홍 시장은 “과하지욕(跨下之辱)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라고 썼다. 홍 시장은 7월 ‘수해 골프’ 논란으로 당 징계 절차가 개시되자 ‘큰 뜻을 위해 치욕을 견딘다’라는 뜻의 고사성어인 과하지욕을 페이스북에 적었다가 논란이 커지자 삭제했다.
이날 함께 징계가 취소된 김철근 전 당대표 정무실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헛다리를 긁고 있다. 혁신위가 본질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걸 막는 반혁신적인 꼴”이라며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별로 할 말이 없다. 고생이 참 많다. 지지율이나 올려라”라고 말했다. 그는 “당 대변인이 방송에 나가서 이준석을 제명해야 지지율이 3, 4% 오른다고 했는데 이 판단대로라면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비꼬았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징계 처분 취소 안건을 올린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향해 “혁신위 1번 과제는 건강한 당정관계 확립이 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혁신 주체인 대통령과 당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사건으로 징계받아 당대표를 내놓은 이준석 징계가 취소됐으면 당대표를 복원시켜 주는 것인가”라며 “만약 그들이 나가서 얻게 될 지지율로 인해 총선이 두려워 끌어안았다면 일부 국민이 왜 그들을 지지하는지 그 뜻을 살펴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에 걸쳐 더 좋은 인물을 찾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정도 아니겠나”라며 “두려워할 것은 이준석이 아니라 이반된 민심”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