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전 사무총장, 인재영입위원장에 임명
국민의힘이 2일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를 모두 포용했다.
당은 ‘통합’을 강조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안을 이날 수용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당 통합을 위한 제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달 30일 혁신위는 당 화합 차원에서 ‘1호 안건’으로 대사면을 지도부에 건의했다.
동시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으로 지난달 14일 물러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직 사무총장으로 인재 영입 활동을 오래전부터 계속해온 연속성을 감안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사무총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지 보름 만에 새 당직을 맡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에 당 관계자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고 탄식했다. 비윤계인사를 끌어안는 척하면서 실질적으로 내년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요직에 친윤계 인사를 앉혔다는 이유에서다. ‘김기현 2기 체제’ 인선 당시에도 경북 재선이자 친윤인 이만희 의원을 임명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혁신위의 대사면을 두고서는 익히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었다. 초선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는 내년 1월에 징계가 끝나서 총선에 출마할 수 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총선에 출마할 것도 아니다”라면서 “이건 통합이 아니다. 이번 결정으로 실질적 득을 보는 사람은 김재원 전 최고위원 한 사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당원권 정지 1년 중징계를 받았던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지도부의 징계 취소 결정으로 내년 총선 출마의 길이 열리게 됐다.
이에 사면 당사자인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과하지욕의 수모는 잊지 않는다”며 적었다. 과하지욕(袴下之辱)은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이어 당 지도부를 향해 “오늘이 영원한 줄 알지만 메뚜기 톡톡 튀어야 한철인 줄 모르고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윤 핵심’ 이 위원장의 인선에는 당내 반발이 컸다. 김웅 의원은 이날 SNS에서 “심기에 거슬리면 같은 당 의원도 내쫓겠다고 겁박하는 이철규 의원이 과연 어떤 인사를 영입하겠느냐”며 “결국 시키는 대로만 하는 윤심 100% 인사만 영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던 8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던 일부 의원들의 발언에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함께 승선 못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허은아 의원도 “‘대통령께 할 말 하겠다’는 다짐은커녕 최소한의 국민 눈치도 못 보는 현실인식”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른바 ‘회전문 인사’ 지적에 “당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총선에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국회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이해해 달라”며 “최종적으로는 인재 영입에 대한 결과로 여러분께 평가받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친윤 인사의 등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성민 의원이 총선기획단 위원으로 유력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전직 사무부총장으로 지난달 이철규 의원과 함께 사퇴한 당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다. 이와 관련해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기획단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의가 안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출범이 예고됐던 총선기획단은 이르면 다음 주 출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