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공격인 양면적 성격”
“어느 한쪽만 방어행위라 할 수 없어”
사람을 살해한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정당방위에 비해 방어행위 정도가 심해 형을 감면하는 과잉방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이 피고인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중국 국적인 A 씨는 2022년 8월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30대 사위와 돈 문제로 다투던 중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사위의 공격을 막다 발생한 살인”이라고 ‘정당방위’ 혹은 ‘과잉방위’를 주장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정당방위로 해석한다. 제2항에선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情況)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해 과잉방위 조항을 두고 있다.
1심은 A 씨의 정당방위 혹은 과잉방위 주장을 전부 배척하면서 징역 12년에 보호관찰 명령 5년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통상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하여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 역시 A 씨의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를 기각하면서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범행으로 생명을 잃은 피해자의 피해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면서 “다툼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위를 살해하는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서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또한 상고를 기각해 원심 형량을 확정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