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상승 폭이 줄던 주택시장이 눈에 띄게 주춤해졌다.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하방 압력을 방어하던 서울 '대장주' 아파트들의 상승세도 꺾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래량은 줄고 매물은 쌓이면서 연내 하락 전환을 예상하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훈풍이 분지 얼마 되지 않은 주택시장에 다시 찬바람이 불게 될지 위기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533건을 기록했다. 앞서 4월 3186건, 5월 3427건, 6월 3845건, 7월 3584건, 8월 3854건, 9월 3361건으로 6개월간 3000건 이상을 유지하던 거래량이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집값을 리드하는 대장주 아파트들의 상승세도 꺾였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10월 KB선도아파트 50지수의 월별 증감률은 이달 기준 0.72%를 기록해 전월(1.28%) 대비 상승폭이 0.56%포인트(p) 감소했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집값 변동을 지수로 환산한 값이다. 대장주로 꼽히는 선도아파트로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올림픽선수기자촌,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강남구 은마아파트 등이 있다.
해당 지수는 대장주 단지들의 상승 거래에 힘입어 5월 0.10%로 상승 전환한 이후 9월까지 지속 오름세를 이어왔지만, 10월 들어 상승세가 꺾였다.
이처럼 거래량이 줄면서 매물 적체율은 높아지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달 3일 8만452건을 기록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1년 4월 이래 최다 건수를 경신했다. 이후 이날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7만6000건~7만9000건 대를 유지 중이다.
주택시장 상승세가 꺾인 이유로는 치솟은 시장 금리가 꼽힌다. 미국과 한국은행 모두 기준금리를 거듭 동결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시 많이 선택하는 고정금리 오름세가 가파르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9월 판매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비중은 평균 91.2%에 달하는데, 고정금리 상단은 7%대 수준에 육박해 이자 부담이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9월 말부터 6억~9억 원 이하 아파트에 한해 제공하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중단한 점도 부담을 키웠다.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 끝에 결국 매도자가 '항복'하고 하락 또는 약보합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는 절대치보다 변화율에 더 민감한 데, 기준금리는 그대로인 반면 시장금리가 많이 올라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정부가 대출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급매물도 다 팔리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결국 매도자가 지게 될 것이고 빠르면 이달 말이나 12월쯤 하락 또는 약보합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