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ㆍ손보협회 이관 국회 논의 중
민원대행업체 부작용 재연 우려도
금융감독원이 한국형 민원대행업체 제도 도입을 고심 중이다. 현재 운영이 불법인 민원대행업체의 제도권 편입 시 영향에 대해 파악 중인 단계로 결과에 따라 찬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금융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민원대행업의 제도적 수렴방안에 관한 연구’와 관련, 한국금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금융연구원은 12월 중순까지 결과를 낼 계획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민원대행업은 주요국에서도 영국만 유일하게 합법이고 미국과 일본 모두 불법”이라며 “영국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에 적용했을 때의 시사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민원대행업체 도입을 고민하는 것은 급증하는 금융 민원과 길어지는 처리 기간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다. 소비자 민원은 해마다 증가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 민원 접수건수는 총 4만85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4173건) 증가했다. 이 기간 신용카드사 등 중소서민 업권에서 가장 크게 늘었고 은행과 손해보험 업권에서도 증가했다.
쏟아지는 민원에 처리기간도 갈수록 더뎌지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 민원 평균 처리 기간이 5년 간 3배 늘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보험 관련 민원이 많은데, 관련 협회의 협조를 받아 처리 기간을 단축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 관련 민원 중에서는 모집, 질문·건의 등 단순 민원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보험 민원 및 분쟁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당국의 담당 인원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생명·손해보험협회가 대신 역할을 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감원이 맡은 보험 민원 업무 일부를 보험협회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금융위 입법으로 국회에 넘어갔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협회는 금감원에 접수된 보험 민원 중 분쟁 소지가 적은 단순 민원만 맡게 된다. 단순 불만과 보험계약·보험료 정보 문의, 법령상 이첩할 수 있는 민원 등이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기존 불법 민원대행업체로 인해 발생했던 각종 부작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민원대행업체가 본인들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소비자의 정당성과 민원수용 가능성과 관계없이 민원제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생·손보협회는 2019년 민원대행업체를 형사 고발했고, 서울남부지검은 A 업체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2020년 7월 서울남부지법은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이 업체가 명령에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이 진행된 바 있다.
올해 1월 항소심 선고에서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고, 이에 불복한 A 업체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마저도 기각돼 변호사법 위반죄가 최종 확정되면서 불법으로 결론이 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 민원대행업체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보니 해외 사례를 참고해 데이터를 쌓아 놓으려는 의도"라며 "제도 도입은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