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씨의 목뼈를 부러트린 사람은 누구일까.
1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아내 살해 의혹에 휘말린 남편의 ‘포항 경추골절 사망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2018년 1월 27일 35년을 함께한 아내가 사라졌다. 부부는 포항의 끝자락 양포항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며 잉꼬부부로 손꼽혔다. 하지만 남편 이정구(가명)씨는 이웃들에게 아내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다급히 전해왔다.
전날 밤 함께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잠들었는데, 새벽에 일어나보니 뒷문이 열려 있고 아내 박민영(가명) 씨가 사라졌다는 것. 목격자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오후 가게에서 60m 떨어진 바닷가 앞에서 민영 씨의 신발이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에 가능성을 두고 수색에 들어갔고 열흘 만에 약 900m 떨어진 방파제 인근에서 이미 주검이 된 민영씨를 발견했다. 발견된 민영씨의 시신은 참혹했다. 목 5, 6번 뼈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던 것.
목뼈는 교통사고나 다이빙 사고가 아닌 이상 외력으로 분리되기 어렵다. 법의학자들은 목 근육에 다량의 출혈을 두고 봤을 때 그녀가 살아있을 때 강력한 외력이 작용했다고 추정했다. 아주 큰 고통 속에서 죽어갔을 거라고 봤다.
이러한 가운데 실종 전날 밤 11시 8분경 112에 민영 씨가 남편의 폭력을 이유로 신고했다가 취소한 내역이 확인되면서 남편 이씨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씨는 “다툼은 있었지만 폭행하지 않았고 아내를 유기하지 않았다”라며 억울함을 주장했다.
당시 경찰은 부부싸움을 한 정황과 블랙박스 영상을 근거로 남편 이씨를 수사를 했지만, 직접적 범죄 증거 찾을 수 없었고, 민영 씨가 극단적 선택 중 목뼈 손상이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1년여간의 수사에도 이씨를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지난 2월 검찰은 남편 이씨를 상해치사 등으로 기소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7월 11일 1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징역 6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사건 전날 민영씨 부부와 술을 마셨다는 지인은,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던 부부는 술에 취하면서 더 격해졌고, 민영 씨의 안경이 날아갈 정도의 다툼에 싸움을 말린 뒤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후 8분 뒤인 11시 8분, 경찰에 민영 씨의 신고가 접수됐다가 취소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혼자 상에 머리를 박는 등 흥분한 아내를 진정시키고 같은 방에서 떨어져 잤으며, 새벽 2시 눈을 떴을 땐 아내가 이미 사라졌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씨는 내내 가게 안에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가게 밖을 서성이는 모습을 목격한 이가 있었다.
또한 그가 직접 운전해 집까지 이동한 사실이 CCTV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그가 아내의 안경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히기도 했는데, 지인들은 민영 씨가 절대 안경을 벗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지인은 가게 뒷문에서 부러진 찻상이 놓여있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부부의 술자리에 쓰인 상이었다. 더 수상한 것은 이불에서 발견된 핏자국이었다. 찻상은 버려져 잠수부들의 땔감으로 사라졌고, 민영씨의 신발과 안경도 그녀의 시신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바다에 던져진 상황.
친정식구들은 민영 씨의 극단적 선택을 믿지 않았다. 이씨가 민영씨를 찻상으로 내려쳤을 거라고 추측했다. 두 사람이 불같은 성격이라 싸울 때 치고받았다고 회상했다. 부부 싸움 중 이씨가 민영 씨를 때리는 모습을 본 이웃들도 많았다.
그러나 부부의 딸 이수현(가명) 씨는 두 사람이 부부싸움을 했을지언정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유기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잘못들로 인해 “억울해도 자업자득이라고 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과거에도 민영 씨가 이씨와의 불화로 바다에 뛰어들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혹시 극단적 선택을 하던 중 선체에 부딪힌 것은 아닐까. 그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그러기 위해서는 두개골을 손상시킬 만큼 충격이 있어야지만 목뼈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민영 씨의 두개골에는 어떠한 손상도 없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목뼈가 부러졌다면. 팔다리 근육 마비되면서 자율신경 마비가 될 수 있다. 팔다리 부분 혈관이 팽창되면서 피가 몰린다. 뇌가 혈류가 부족해서 의식 소실이 될 수 있다”라며 “골절됐을 때 본인 의사로 이동할 수는 없을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류 전문가는 시신의 발견 위치로 볼 때, 민영 씨는 신발이 놓여있던 곳이 아니라 방파제 쪽에서 추락했을 가능성을 내놨다.
이러한 가운데 블랙박스에는 이씨가 사건 당일 누군가와 민영씨에 대해 통화하며 ‘방파제’를 언급했다가 빠르게 말을 돌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또한 이씨가 사건 당일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방문했는데 그곳이 바로 방파제 주차장이었다.
범죄 전문가는 “본인이 ‘방파제’라고 말했다가 바로 말을 돌리는 행태를 볼 수 있다. 이 행적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이 든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