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2022년 5월 취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이란 취임 일성이 무색하게 정부 출범 1년 반 동안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수출 부진,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의 악재가 겹쳤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은 대외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여소야대’인 국회 지형도 윤 정부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됐다.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왔던 ‘재정준칙 법제화(국가재정법 개정안)’는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
내년 총선이 어느덧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본지는 경제 전문가 6인(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우석훈 경제학자·윤덕룡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이상 가나다순)에게 총선 결과에 따라 윤노믹스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물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나 환율 등 경제 운영과 관련된 부분들은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는 것 같고, 다만 산업 전체적인 구조 변화, 연금이나 노동시장 관련된 부분들은 법률화해야 하는 부분들이 꽤 있으니까 총선 결과에 따라 상당히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내다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여당이 과반이 되냐, 안 되냐에 따라 달라지겠다”라면서 “지금과 같이 여소야대 상황이라면 도루묵이다. 법을 고쳐야 하는 부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지난 1년 반의 상황이 임기 말까지 갈 거라고 본다”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여당이) 과반을 달성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대안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정부 몫이다. 소득세율, 부가세율 낮추고 규제 풀고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선 이후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적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민간 주도로 바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총선 이후) 여당 쪽에서 부동산 세제 정상화에 논의를 먼저 제기하지 않을까”라면서 “총선에서 얼마나 힘을 얻느냐, 여당이 얼마나 다수 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서 세제 개편은 가시화되겠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총선이 윤 정부 경제정책의 변곡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5년 단임제’ 등 한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 때문이다.
윤덕룡 전 초빙연구위원은 “총선에서 어느 쪽이 이길지에 따라서는 경제정책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겠다”라면서도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레버리지는 약화되지 않겠나. 총선 이후에는 다음 유력주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책이 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석훈 경제학자도 “지금으로서는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윤석열 정부의 경제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재선이 걸려있는 총선이라면 많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임제가 가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이긴다고 해도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방향에 대한 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환경이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정부 재정 지출이 GDP 7% 적자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풀고 있고, 연준은 금리를 내릴 수 없다.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부동산 부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 부동산은 대출 연장을 해준다든가 등의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덕룡 전 KDI 초빙연구위원은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돼서 유가가 배럴당 120불이 넘어가면 외환위기 올 것”이라며 “한국이 에너지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매달 경상수지 적자가 생기고, 환율이 오버슈팅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긍정적 전망도 있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부적 여건에 따라서 대중 관계가 조금 틀리면서 반도체 수출과 단가 상승이, 회복이 이뤄지겠다”라면서 “이것이 거시경제에서는 환율 안정과 물가 안정이 된다. 그런 것이 하반기에 나타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