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등급 고신용자 신규대출 공급 금고 13개 늘고
저신용 차주 대상 신용대출 내준 금고는 4개 줄어
새마을금고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출시로 보완”
‘서민 금융의 창구’ 역할을 해온 새마을금고가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빗장을 사실상 걸어잠그고 있다. 대출 문턱은 높였고 이자 부담도 고신용자보다 훨씬 커졌다. 최근 새마을금고가 경영혁신안을 통해 건전성 관리에 힘쓰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민 금고’로서의 기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새마을금고의 10월 말 기준 최근 3개월간(8~10월) 7등급의 신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8.85%로 전달 기준(8.66%) 대비 0.19%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1~3등급 고신용자의 신규 신용대출 평균 금리(7.0%)는 전달(6.96%) 보다 0.04%p 상승에 그쳤다.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의 금리 상승 폭이 4배 가량 높은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개인신용평가회사(CB사)의 개인신용평점을 금고별 10등급 체계로 변환해 제공한다.
새마을금고 측은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시장 전반적으로 리스크관리가 필요해지면서 일부 저신용자의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건전성 규제로 신용대출 규모 자체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 통계적으로 저신용자의 금리 상승 수준이 더 커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가계대출 규모 감소세는 새마을금고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8월 기준 새마을금고 가계대출은 62조9424억 원으로, 전년 동기(66조6313억 원) 대비 5.5% 줄었다. 이는 상호저축은행(-1.4%), 신용협동조합(-4.8%)의 가계대출 감소 폭을 웃도는 수준이다.
새마을금고 신용대출 창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1291개 금고 중 393개(30.4%)가 8~10월간 신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8월 말 기준 직전 3개월간 352개, 9월 말 375개와 비교했을 때 각각 41곳, 18곳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대출 창구 감소 현상이 신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저신용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준 금고 수는 줄어든 반면, 신용도가 높은 차주에게 돈을 빌려준 금고 수는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1~7등급까지 신규대출을 취급한 금고 수는 총 12곳으로, 지난달 16곳보다 4곳 줄어들었다. 반면, 1~3등급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신규대출을 취급한 금고 수는 338곳으로 전달(325곳)대비 13곳 증가했다.
새마을금고가 ‘건전성 관리’를 경영 혁신의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14일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는 건전성 관리를 핵심 혁신안 중 하나로 내세웠다.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연체가 높은 금고에 연체관리계획을 요구하고 계획 이행 여부를 수시점검하기로 했다. 관리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금고에 대해서는 건전성 관련 검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자본잠식 등 이미 부실화된 금고 외에도 연체율이 높은 경우, ‘부실우려금고’로 지정해 구조개선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는 금고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마을금고 수시공시에 따르면 자산건전성 부문에서 4~5등급을 받아 경영개선권고 또는 경영개선요구 조치 대상이 된 금고는 건전대출 활성화를 위해 여신 업무를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소상공인 등을 위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 출시를 통해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는 경영혁신안을 통해 지역 내 중·저신용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MG희망드림론’, 지방자치단체 협업 ‘저신용자 특례보증상품’ 등을 신규 출시해 지역과 서민을 위한 포용적 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 노력과 함께 중금리 상품 출시 등 서민금융기관 역할 강화를 위한 보완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취약차주를 위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는 2~3주 내로 구체적인 상품 출시, 운용 계획을 담은 이행계획서를 관계부서에서 제출받고 연내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