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 일부 쇄신 가능성도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과 총수들의 사법리스크 등 복합 위기를 맞아 올해 인사는 '안정'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세대 교체를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일부 쇄신 인사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23일께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작년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18년 만에 용퇴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최고경영자(CEO)를 재신임해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는 방향을 택했다. 올해도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봉석 LG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부회장단 3인은 유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되지만, 이는 전임 사장 임기를 이어받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구광모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어 재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들 부회장 3인과 호실적을 기록한 LG전자의 조주완 사장을 제외하고 일부 계열사 CEO는 교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작년과 마찬가지로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와 전장 등의 사업에는 승진 인사 등을 통해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달 첫째 주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의 핵심은 대표이사로서 각각 2년째 완제품과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 '투 톱' 체제의 변화 여부다.
일단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의 유임이 점쳐지며, 한 부회장이 겸임하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과 생활가전(DA)사업부장 자리에는 새로운 인물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콘트롤타워 재구축은 시기상조란 평가가 우세하다.
SK그룹 역시 다음 달 첫째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인사 시점으로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 직후인 11월 말이 언급됐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개최지 결정 직후는 빠듯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함에 따라 그룹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처음 제기했던 '서든 데스' 위험을 재차 언급했다.
이에 따라 관심은 부회장단 4명의 거취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의 거취 여부에 따라 인사 폭이 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연말 인사에서 변화보다 '안정 속 쇄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등 계열사 두 곳의 사장만 교체했다.